오전 6시. 평소와 다르게 빨리 눈을 떴다.
보통은 오전 7시 반에서 8시 사이에 윗집 할아버지의 목소리나 앞집 남자의 출근 소리에 눈을 떴다.
오전 6시. 참 고요한 시간이다.
창 밖은 어스름하게 떠오르는 햇빛이 있었다.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의 선선한 기운도 느껴진다.
자리에서 일어나 씻고, 아껴둔 드립 커피백을 뜯어서 물을 끓여서 커피를 내려본다.
졸리다. 나도 미라클 모닝! 활기찬 아침!이라고 외치는 활기찬 기운으로 시작하고 싶었는데.. 일찍 일어나려고 한 것이 욕심이었나 싶다. 졸려서 손에 힘이 없어서 그런가 드립 백을 제대로 못 걸어놔서 죄다 컵 안으로 퐁당 빠져버렸다...
'하....ㅋㅋㅋ.ㅋ.ㅋ.ㅋ...미라클...이야 미라클이다아아아아.'
새 컵을 가져와서 조심스레 원두가 섞이지 않도록 걸러낸다. 끓이다 남은 물을 모두 새 컵에 부으니 농도가 딱 맞다. 커피, 읽던 책 한 권. 괜히 뿌듯하고 스스로 멋져 보이는 아침의 풍경이다.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다 보니 출근 시간이다.
채팅방에 출근 체크를 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창 밖도 그제야 시끌시끌하다. 차 소리, 멈춰있는 차를 향한 경적 소리,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발소리, 전화 통화 소리.
그렇게 한두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번엔 창 밖에서 오토바이 소리, 트럭 소리가 골목을 웅웅- 봥봥- 울린다.
이 시간은 택배 차량의 피크 시간인 듯싶다. 방 안까지 소음과 진동이 가득 울린다. 머리도 울리고 귓 속도 시끄럽다. 이때쯤에 결국 못 참고 블루투스 이어폰의 노이즈 캔슬링의 힘을 빌린다.
그러다 보면 오전 스크럼 회의 시간이 된다. 아침으로 요구르트 먹던 것을 마무리하고 스크럼 준비를 한다. 짧게 나누고 노래를 들으며 창 밖의 소음을 견뎌낸다. 흡연자들이 건물 앞에서 피는 담배 연기들도 견뎌낸다.
점심... 오후 업무... 동시에 오디오가 물리면 두 말을 다 놓치는 화상 회의... 그리고 저녁.
퇴근을 알리는 메시지를 남기고 채팅창을 닫는다. 날이 저물어간다. 배달 오토바이가 바쁘게 돌아다니기 시작하고, 퇴근하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나도 저녁 준비를 하거나, 보고 싶은 유튜브 채널을 찾아본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의 그 애매한 어떤 시간이 되면, 방 안의 조명 밝기와 창 밖의 밝기가 비등비등해지는 순간이 온다. 그 시점의 방은 가장 어두운 느낌이다. 불을 켜도 밝지 않고, 밖을 봐도 밝지 않다. 이 시간에 방에 있는 것이 가장 침체되는 시간이다. 그래서 일부러 암막 커튼을 쳐서 아예 방 안이 제일 밝도록 만든다.
그 시간만 조금 버티면, 창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다. 이제 밖은 학원을 마치고 신나게 집에 가는 학생들의 흥겨운 목소리, 근처 술집에서 먹고 마시고 수다 떠는 사람들의 소리가 가득하다. 생각해보니 학생들은 사회인들보다 더 긴 시간을 자기의 업에 쏟고 있구나. 멋지고 대견하다!
코로나로 가게들이 빨리 문을 닫으니 밤이 완전히 내려앉는 거리가 된다. 길에는 아무도 없거나 야근하는 몇몇 사람들이 담배 피우러 나와있다.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암막 커튼을 열고 창문을 열어 오늘은 얼마나 더 쌀쌀해졌나 공기를 확인해본다. 어제보다 추워진 것 같으면 괜히 가을이 성큼 온 것 같아서 설렌다.
은은한 스탠드 조명을 켜 두고 이렇게 글을 쓰거나 읽고 싶은 책을 꺼내본다. 그렇지만 부족한 집중력 때문인지, 아니면 재택근무한다고 사무실 자리와 같아져 버린 책상에 또 앉아서인지... 폰을 살포시 열어본다.
재밌는 것이 많다. 한창 보다가 허리가 아파서 침대로 슬금슬금 누워본다. 이러다가 아차 싶어서 폰을 내려두고 책을 한 장이라도 읽는다.
잠이 솔솔 온다.
창을 닫는다.
불을 끈다.
알람을 맞췄나 확인해본다.
내일 또 출근을... 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