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나 제습기 없는 단칸방에서 빨래를 널고 말리기란 다소 번거로운 일이다.
날이 좋고 건조할 때는 집에 섬유 유연제 향도 내보고 가습기 역할도 기대할 겸 즐겁게 빨래를 널어본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조금이라도 습한 날에 어쩔 수 없이 빨래를 널어야 하면 참으로 신경 쓰인다. 이게 아무리 널고 선풍기 바람을 쐬어준대도 몇 시간 내에 뚝딱 마르지를 않으니.. 장마철 같은 시기에는 길게는 이틀은 널어두고 내내 바람을 쐬어줘야 꿉꿉함이 가시는 빨래들도 있다.
한 번은 끄트머리가 아주 조금 덜 마른 빨래를 집어보고 '이 정도면 조금만 더 마르면 되니까 넣어두면 알아서 마르겠지' 하고 개어서 서랍장에 넣었다가 서랍장 열 때마다 꿉꿉한 냄새가 나는 걸 느끼기도 했다.
그 후로는 더욱 신경 써서 바짝 빨래를 말리고 있다.
그 과정이 고되고 번거롭기는 하지만, 바싹 잘 마른 빨래를 집어 들면 빨래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좋은 향기가 난다. 보송보송한 촉감도 참 좋다.
마음도 그런 것 같다.
우울감이 촉촉하게 베어 들었을 때 바짝 말리지 않고 괜찮겠거니 하고 덮어두면 언젠가 그 퀴퀴한 냄새가 공간 가득 차게 된다.
하지만, 축축한 그 감정의 늪에 계속 새로운 바람을 넣어 순환시켜주면 오래 걸리더라도 마르긴 한다.
그리고 잘 말리면 마른자리에서는 좋은 향기가 가득하다.
우울한 하루라면, 오늘은 마음이 세탁기에서 나온 날이라 생각하자.
세탁기에서 핑글핑글 도느라 지치고 고된 시간인 셈이라 치자.
꿀꿀하고 속상한 마음을 잘 말리고 나면 깨끗하고 향긋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