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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Aug 06. 2024

엄마의 마음가계부

마이너스 통장 청산하기 대작전


남편은 매달 끝전 하나 떼지 않고 내게 월급을 보내온다. 일 년 중 몇 달은 적은 월급을 받는데 지난달은 정말. 너무했다. 계산기를 두드려봤으나 도저히 그 돈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65만 원을 더 보내주라 했는데 70만 원을 보내며 써놓은 입금자명 '재난지원금'.


너무 웃겼다. 비극도 희극으로 만드는 여보라고 키득거리며 문자를 보냈더니 재난지원금이 나오는 곳간이 지금 재앙이란다. (ㅎㅎ) 실제로 이렇게 웃을 일은 아니다. 세세하게 우리 집 경제 사정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마이너스통장에서 가져오는 돈의 액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빚과 마통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냐지만 점점 한계점에 이르며 나의 외벌이 체험은 여기서 멈추어야 하는가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한 시간이라도, 단 몇 분이라도 나를 위해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게 된다. 


돈을 아껴 쓰겠다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고, 언니공동체에서 만난 따초언니를 통해 조언도 많이 받았으면서 계속 제자리였다. 지금 당장 더 돈이 나올 구멍이 없다면 아껴 쓰는 게 답인데 그러지 못하는 나의 습관을 고치고 싶었다. 가족들과 밥을 먹을 때마다 내가 내려고 하는 마음, 이웃들에게 고맙거나 축하하고 싶을 때 보내게 되는 기프티콘, 아이들에게 좋은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주고 재미있는 교구나 책을 사주고 싶은 마음. 모든 나의 소망이 악한 데서 오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남편도 비싼 옷과 가방만 좋아하며 뽐내기 위해 사치 부리는 삶은 절대 살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꿈지도를 그리며 나의 꿈에 넣었던 2년 뒤 가족 유럽여행 가기를 4년 뒤로 미뤘다. 그전까지 마이너스 통장을 청산하고 플러스로 만들어 여행을 떠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잡았다. 지금은 시드 머니가 없어 재테크 책조차 들여다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조금씩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절약하고 모아가는 방법을 찾으려 한다. 나의 다짐을 실행으로 옮겨주는 데 제일 좋은 도구는 글을 쓰는 것이기에 이렇게 '엄마의 마음가계부' 연재를 시작한다.


돈을 값지게 마음을 담아 쓰고 싶다. 써야 하는 상황이면 기쁘게, 아껴야 되는 상황이면 돈 대신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거나 스스로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가계부를 쓰려고 한다. 4년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유럽행 비행기에 올라탈 수 있기를. 지금을 추억하며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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