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꿈동산이 되기를!
최근 꿈지도에 나의 글쓰는 소일터가 남편의 꿈터가 되고 아이들의 쉼터가 되길 그렸다. 이런 문화공간 안에 어느 아이들이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책방이 생기길 상상했다. 정원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그래서 이 곳을 우리의 꿈동산이라 지어보았다. 에덴동산에서 따온 첫째 아이의 이름까지 의미를 더해, 우리의 꿈동산도 하느님께서 풍요롭게 만드신 동산 같기를 바랐다.
그러다 오늘 김영하 작가님의 강의를 듣고 왔다. 강의의 키워드는 ‘이야기’였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닥쳐도 우리가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수없이 들어온 이야기들이 우리의 무의식 속에서 시뮬레이터의 기능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받아들이게 하는 연습을 시키는 거라는 말씀이 크게 와닿았다.
미래의 걱정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우리는 이야기를 활용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통해 타인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다고. 인간은 매우 섬세하고 다양한 존재이기에 이들과 소통하는데 수많은 이야기는 입체적으로 상대의 심리를 상상해볼 수 있게 한다고 했다. 그러니 소통이 더 잘될 수 밖에.
요즘 소설에 관심이 많아진 나는 작가님의 소설 얘기에도 쏙 빠져 들었다. 좋은 소설가는 감정을 용감하게 표현하는 소설가라는 것. 우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들이 소설에 많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독자는 ‘나만 이런 걸 느끼는 게 아니었어. 내 감정은 정당해.’ 하며 소설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치 과거의 자신을 상담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글쓰기가 혹은 책읽기가 정신과에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것보다 스스로를 치유하게 해줄 때가 많은 것 같다.
1시간 20분의 시간동안 물 한모금 마시지 않고 말씀하신 김영하 작가님은 괜히 명사가 아니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을 만큼 강연 속에 폭 담겼다 나왔다.
작가님과의 인연은 2019년 어느 여름날이었다. 아마 그 해 <여행의 이유> 책이 출간되며 이벤트가 진행된 게 아니었을까. 어쩌다 29CM라는 셀렉트샵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기획한 ‘김영하의 방’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일박 호캉스를 누렸다. (그러고보면 나와 남편은 늘 마음속에 책에 대한 갈망을 갖고 지냈던 것 같다.)
드넒게 펼쳐진 하늘과 바다를 보며 물멍도 때렸다가 노을도 바라보다가. 고요한 정적 속에 행복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도 지금도 나의 픽은 <말하다> 였구나.
강의를 들으니 우리 아이들은 물론이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롭게 이야기가 오고가는 터를 만들고 싶다는 갈망.
오늘을 기억하며 언젠가 우리의 꿈동산에 김영하 작가님을 초대하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꿈동산이 이야기동산이 되는 초석을 마련해주셨음에 감사드릴 수 있는 기회가 꼭 주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