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가계부
매월 21일이면 남편의 월급이 들어온다. 21일이 주말에 들어가 있으면 월급날이 점점 앞으로 당겨지는 게 아닌데도, 그날보다 더 일찍 들어오는 남편의 월급이 반갑다. 남편의 월급을 받으면 보험과 세금, 관리비, 모임비 등 숨만 쉬어도 나가야 되는 돈들을 정리한다. 부족하지만 친정엄마께 아이들 돌봄에 대한 감사의 명분으로 30만 원을 드리고 나면 내 통장에는 77만 원이 남는다. 이게 외벌이 가계의 현실이다.
내 용돈까지 포함된 77만 원으로 한 달 생활비가 가능할리가 있었을까. 그래서 25일마다 나라에서 주는 아동수당과, 가끔씩 아이들에게 주는 용돈은 모두 '인마이포켓'이었다. 그래도 모자라면 마이너스 통장에서 가져와 쓰는 게 나의 소비습관이었다.
마통도 턱끝까지 한계에 다다른 상태. 며칠 전 남편의 연금보험을 해지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일하러 나가지 않는 나는 자칭 외벌이 체험을 택한 것이고, 일하러 나가라고 재촉하지 않는 남편에게는 그저 미안하고 고마울 뿐이다. 그래서 나를 찾고 배워가는 2024년은 더없이 귀하다.
지난 8월 말 남편에게 돈문제로 팩폭을 당하고, 마침 9월부터 단톡방이 생겨 소비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게 나에겐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비록 2주간 썼던 단톡방은 해산되었지만 그 습관을 계속 이어가고자 9월 월급을 받고 노트를 펼쳤다.
나만의 가계부라 앞으로도 수정될 부분은 많겠지만, 내가 자주 나가는 핵심 비용들을 마트, 쿠팡(주로 생활용품), 외식(배달 포함), For U(가족과 이웃들을 위한 돈), For ME(나를 위한 돈)로 나눴다. 그리고 지난 2주 소비일기를 쓰다 보니 하루에 쓴 비용과 누적 비용을 체크하는 게 한눈에 들어와 포함시켰다.
노트를 다음 장으로 넘기지 않고 두 페이지 안에만 소비를 기록하는 걸 첫 번째 목표로 삼는다. (소비가 없어야 하는 날도 있다는 말!) 소비 일기를 쓸 때에는 웬만하면 그날 밤에라도 기록을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라고 했다. 다음날까지 전날의 소비 실태를 보며 울적한 마음을 이어가지 말라는 뜻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도저히 밤에는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시간을 낼 수가 없겠더라. 그래서 그냥 새벽에 일어나 전날 소비를 정리하는 걸로 이어나가려 한다. 돈을 많이 썼으면 오늘은 덜 써보자는 각오로, 적게 썼으면 뿌듯한 마음으로. 마음먹기 나름이니까!
이렇게 나의 소비를 공개적으로 오픈한다는 것은 나와의 약속이기도 하고, 용감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 도전이 무모한 도전으로 끝나지 않도록 열심히 <엄마의 마음가계부>를 연재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