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짝이는 루작가 Sep 23. 2024

많아 보이는 돈이 부를 결정하지 않는다

엄마의 마음가계부

어디선가 "으아아아앙" 우는 소리가 들려 가보았더니 둘째 아이가 형의 돈가방을 잡고는 내꺼라고 우기다 다시 뺏겨 울고 있었다. 우는 아이에게 너의 가방도 있다고, 네 것을 찾으러 가자고 달래며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책상 위 둘째의 이름 스티커가 붙어있는 파란색 돈가방. 그 가방을 발견하고 아이는 신이 났다. 그러나 나는 왠지 둘째가 좀 불쌍해 보였다. 형이랑 비교되게 돈이 너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둘째는 손에 꼭 가방을 쥐고 다시 형을 찾아 타다다닥 방으로 뛰어갔다. 



남편에게 몰래 가서 말했다. 

"애들 자면 나중에 둘째 가방에 첫째 돈을 나눠줘야겠어요~ 둘째가 너무 돈이 없어~~"

그런데 남편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의외였다.  

"거기~~ 둘째 거에는 50만 원짜리 한 장이 있어서 괜찮아요~ 첫째 거 다 합해봐도 50만 원이 안될걸?!"


웃겼는데 슬프기도 했다. 그걸 모르는 첫째는 자기가 돈을 제일 많이 가진 줄 알고 즐거워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하며 웃어넘기다 문득 진짜 부자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돈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뭐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 그럼에도 자기가 돈을 제일 많이 가진 듯 잘난척하며 푼수처럼 살아가는 사람. 돈은 별로 없어 보였는데 알고 보니 찐부자인 사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고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돈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이 다 다를 뿐 무엇 하나 잘못됐다 말할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그럼 나는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 걸까.


내가 가장 원하는 두 가지는 이렇다. 소고기가 먹고 싶을 때 이 부위 저 부위 비교하며 싼 것으로 잡아 놓고도 다시 내려놓지 않고, 맛있을 것 같은 부위로 편하게 집어 카트에 넣는 사람이 되는 것. 오랜만에 본 조카들이나 이웃 아이들에게 지난번에 우리 아이들이 받았네 내가 다시 줬네 따지지 않고 편안하게 지갑에서 용돈을 꺼내주는 이모, 고모, 숙모가 되는 것. 


지금 우리 집 가계로는 두 가지를 충족해 내기에 편안하지 않다. 그러나 이 과정을 넘어서야 위의 부가 주어졌을 때 당연하게 생각지 않고 감사하며 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돈가방에서 찰랑거리는 나의 돈에게 감사와 애정을 표하는 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비 일기 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