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가계부
어디선가 "으아아아앙" 우는 소리가 들려 가보았더니 둘째 아이가 형의 돈가방을 잡고는 내꺼라고 우기다 다시 뺏겨 울고 있었다. 우는 아이에게 너의 가방도 있다고, 네 것을 찾으러 가자고 달래며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책상 위 둘째의 이름 스티커가 붙어있는 파란색 돈가방. 그 가방을 발견하고 아이는 신이 났다. 그러나 나는 왠지 둘째가 좀 불쌍해 보였다. 형이랑 비교되게 돈이 너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둘째는 손에 꼭 가방을 쥐고 다시 형을 찾아 타다다닥 방으로 뛰어갔다.
남편에게 몰래 가서 말했다.
"애들 자면 나중에 둘째 가방에 첫째 돈을 좀 나눠줘야겠어요~ 둘째가 너무 돈이 없어~~"
그런데 남편에게서 돌아오는 답은 의외였다.
"거기~~ 둘째 거에는 50만 원짜리 한 장이 있어서 괜찮아요~ 첫째 거 다 합해봐도 50만 원이 안될걸?!"
웃겼는데 슬프기도 했다. 그걸 모르는 첫째는 자기가 돈을 제일 많이 가진 줄 알고 즐거워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뭐'하며 웃어넘기다 문득 진짜 부자는 어떤 사람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돈이 많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뭐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닌, 그럼에도 자기가 돈을 제일 많이 가진 듯 잘난척하며 푼수처럼 살아가는 사람. 돈은 별로 없어 보였는데 알고 보니 찐부자인 사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의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고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돈을 대하는 그들의 방식이 다 다를 뿐 무엇 하나 잘못됐다 말할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그럼 나는 어떤 부자가 되고 싶은 걸까.
내가 가장 원하는 두 가지는 이렇다. 소고기가 먹고 싶을 때 이 부위 저 부위 비교하며 싼 것으로 잡아 놓고도 다시 내려놓지 않고, 맛있을 것 같은 부위로 편하게 집어 카트에 넣는 사람이 되는 것. 오랜만에 본 조카들이나 이웃 아이들에게 지난번에 우리 아이들이 받았네 내가 다시 줬네 따지지 않고 편안하게 지갑에서 용돈을 꺼내주는 이모, 고모, 숙모가 되는 것.
지금 우리 집 가계로는 두 가지를 충족해 내기에 편안하지 않다. 그러나 이 과정을 넘어서야 위의 부가 주어졌을 때 당연하게 생각지 않고 감사하며 돈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내 돈가방에서 찰랑거리는 나의 돈에게 감사와 애정을 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