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가계부
<엄마의 마음가계부>를 타이틀로 글을 쓰는 게 두려워졌다. 내가 '돈'과 관련해 느끼는 생각들을 내 마음대로 쓰면 되는데, 평가를 넘어선 사람들의 질타가 겁이 났다. 그저 내 글에 대해 잘 쓴다, 잘하고 있다 칭찬만 받고 싶었던 걸까. 갑자기 자신이 없어졌다.
어제 글수다 동기들과의 만남 이후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올라왔다. 지금의 나보다 더 경제적인 어려움을 느끼는 분이 내 글을 본다면, 내가 하는 말들이 과연 공감이 될까.
지난번 글에서 생략했던 숨만 쉬어도 나가는 자동이체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모두 큰 금액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너는 그래도 지금 보험료를 그만큼 낼 수 있고, 모임 곗돈도 내고 있고, 후원도 하고, 친정엄마께 용돈도 드릴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살만한 거 아니야?라고 물으면 나는 뭐라고 답변할 수 있을까.
내 남편이 은행원이라는 사실을 알면 '에이, 그러니까 외벌이가 가능했네~', '그럼 돈 잘 벌었겠네!' 하는 야유가 섞인 시선에서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결혼하고 8년의 시간 동안 그럼에도 나는 돈을 모으지 못했고, 사치도 안 부렸지만 사라져 버린 돈들과 쌓여만 간 마이너스 통장의 돈을 어떻게 속속들이 해명할 수 있을까.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할 겸 공원을 걸었다. 선선해진 가을바람과 초록의 공기가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그래도 가을이라고, 나무에서 하나씩 나뭇잎들이 떨어진다. 나뭇잎 사이사이를 걸으며 이들을 바라보았다. 통틀어 낙엽이라 부르지만 하나하나의 모습과 색깔이 다른 나뭇잎들.
돈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월 300만 원의 급여가 누군가에겐 적당하게 느껴지고, 누군가에겐 적을 수도 있는 금액인 것처럼 말이다. 애써서 노력한 월 14만 원의 수입이 누군가에겐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금액만 보고 절대적으로 많다 적다를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같은 돈이지만 다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초심으로 돌아가 나를 돌아보고 나의 어릴 적 상처들을 글로 풀어내며 행복했던 글쓰기를 떠올린다. 남을 위한 마음가계부가 아니라 나를 위한 마음가계부를 써야겠다. 가지각색에 맞춤형이 아닌 그저 내가 올바른 소비를 배우고 행하는데 나를 응원하는 글을. 내 글도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되겠지. 그냥 편하게 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