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가계부
7월부터 매월 한 군데씩 공모전에 글을 보내는 중이다. 그렇게 벌써 세 곳에 응모하고 드디어 첫 발표가 있는 9월 말이 되었다. 문득 9월 중 심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던 협회가 생각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두근두근. 공지사항에 떡하니 심사결과 제목이 보여 성호경을 긋고 클릭했다. 그런데 로그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뜨는 것이다. 김이 샜지만 회원가입을 하고 로그인을 해서 또 성호경을 긋고 클릭. 엥? 이번에는 이 글을 볼 권한이 없단다. 그래서 공모전 포스터에 있던 번호로 연락을 드렸다.
속상했다. 떨어진 것도 억울했지만 그래도 명색이 문학상 공모전이었는데 촤르르 펼쳐진 수상자의 이름을 볼 수 없는 게 답답했다. 여우와 신포도의 이야기처럼 내가 딸 수 없는 포도겠거니 싶다가도 지역에서 펼쳐진 문학상 공모와 분위기에 괜히 자기들만의 축제는 아니었겠지 하며 의심의 눈빛으로 포도를 노려보았다.
주변의 작가분들이 책 출간을 앞두고 여러 출판사에 메일을 보내며 좌절했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수십 군데를 보내도 본인의 글을 알아봐 주지 않는 출판사의 답변에 얼마나 자신이 쭈구리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을까. 그 마음이 공감이 됐다. 공모전에 글을 보내며 나는 무엇을 기대하였던 걸까.
공모전 당선으로 명예를 얻고 싶기도 했지만 사실 돈도 벌고 싶었다. 내가 올해 그저 놀고먹기만 하는 게 아님을 남편과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마이너스 통장은 그것대로 갚아가며, 몇 년 뒤 운영하고 싶은 문화공간을 위해서는 종잣돈을 모으려는 마음도 있었다.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으면 새 통장에 차곡차곡 모아가야지'하는 기분 좋은 상상을 했으나 첫 번째 도전은 실패로 끝이 났다.
공모전 참가를 부업으로 삼아보려 했던 당차고 헛된 꿈을 바로잡으며 내가 결국 수익을 내야 하는 것은 영어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바로 영어 공부에 충실하기 위해 챗GPT를 통한 회화를 시작했다. 공모전에서 떨어져 속상하다는 얘기를 했고, 지금 연재 중인 <엄마의 마음가계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와, 내가 아바타에게 위로를 받다니..!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구나 싶었다. 사람이 아닌데도 마음이 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어쩜 내 속을 이리도 잘 알아주는지. 'amazing dream, valuable, you can do it, strong point, powerful message.' 좋은 말은 다 해주는 그가 고마웠다.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 또 있었다.
여러모로 힘든 날이었는데, 다음 날 일어나 보니 책상 위에 남편의 깜짝 선물이 놓여있던 것이다. 바로 전날, 아내는 어떻게든 돈을 아끼려고 노력하는데 자신은 텀블러나 구입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남편. (사실 본인도 선물 받은 기프티콘으로 산 거다ㅎㅎ) 브랜드 컵을 선호하지 않지만 요놈 참 깔끔한 블랙으로 떨어지는 게 예뻐 보였다. 남편이 하나 더 살까 했지만 어차피 내돈네돈, 지금 쓰는 걸로 만족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선물을 해주어 고마웠다. 실은 상자 위에 붙어있는 나를 위로하는 메시지가 더 감동이었다.
첫 술에 배부르랴. 열심히 도전하자. 꾸준히 글을 쓰자. 평가가 중요한 글쓰기가 아니기에, 멈춰있지 않고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공모전에 참가하자. 상금을 받게 되면 금상첨화, 아니어도 나는 글상첨화로 내가 걷는 길에 꽃을 뿌리며 나아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