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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Jul 03. 2024

잠시 멈춤의 시간 (1)

코로나로 격리된 4박 5일의 시간


글이 매우 쓰고싶었다. 사실 글이 너무 쓰고 싶어 미칠지경은 아니었다. 그렇게 글쓰기가 좋다면서 몸이 아프니 제정신이 아니었다. 글을 쓰는 것도 분명 체력이 필요한 거였다. 그림책테라피 수업을 받으며 죽는날까지 글을 쓸거라고, 사랑했던 가족과 이웃들에게 편지를 쓸거라 했는데 몸이 아프면 이런 나의 로망도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지지난 주말, 가족들과 첫 나들이로 2박3일 서울을 다녀오고 여행수기도 재밌게 남겨야지 했는데 웬걸, 돌아오는 날 아침부터 목이 따끔거렸다. ‘괜찮아, 괜찮을거야. 조금 피곤해서 그렇지뭐’ 하며 목사탕을 하나 입에 물었지만 느낌은 쌔했다. 항상 목으로 시작되는 나의 감기, 예상은 적중했다.


저녁부터 오한이 시작되고 근육통에 허리가 끊어지는 줄 알았다. 여행 내내 허리에 힙시트를 두르고 남편과 돌아가면서 12kg, 17kg 아이를 안고 다녔다. 낯선 곳을 처음엔 항상 두려워하는 아이들이기도 했지만 피곤해서 더 엄마빠한테 매달리려고 했던 것 같다. 특히 둘찌.


챙겨간 힙시트는 아이가 두돌이면 더이상 필요없겠지 싶어 사촌동생에게 물려주었는데 허리가 약해 다시 받은 거였다. 힙시트마저 내게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그날 밤 허리 통증으로 한시간마다 깨고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처음 겪는 고통이었다.


무슨 정신으로 아이들을 등원시켰는지. 등원시키자마자 바로 병원으로가 수액을 맞았다. 조금 살 것 같긴 했으나 계속 근육통에 감기증상이 심해졌고 목요일 아침, 서울로 일박 찬스를 얻어 나홀로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오려던 그 야심찬 계획이 코로나 두줄로 무너져버렸다.


너무. 아쉬웠다. 글쓰기가 재밌어지니 당연히 책과 작가들에게 관심이 많이 갔고, 도서전 티켓도 얼리버드로까지 구매하며 동동 기다렸는데. 하.


그래도 아침에 샤워하며 샴푸냄새가 느껴지지 않자 설마하며 자가키트를 해본 게 다행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 걸 모르고 무리해서 서울을 갔더라면 더 큰 난리가 났을거라고.


하느님께 감사하며 이유가 있겠지 마음을 내려놨다. 그런데 문제는 식구들이었다. 일단 마스크를 잘 쓰고 아이들과 최소로 스킨십을 하며 등원을 시켰다. 곧장 이비인후과로 가 확진을 받고 근처 호텔로 격리했다. 어차피 서울로 일박을 다녀오기로 한 것이니 친정부모님께 부탁드린 애들 하원도 그대로 진행하고 남편이 나머지는 알아서 돌보겠다고 해주었다. 다행히 아이들은 그날까지도 정상, 남편과 엄마아빠도 정상. 너무 감사했다.


서울로 갈 예정이었지만 도서전만 참석하지 못할 뿐 여기도 호텔이니 나름 괜찮은 일박이야 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후각과 미각에 먹는 재미도 없었고, 맥주 한 잔 하며 글을 쓸 체력도 안되니 서러웠다. 그냥 베개에 파묻혀 막힌 코와 뚫린 입으로 번갈아 숨만 쉬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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