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간을 못 잔 아이
“잠이 안 와...”
둘째가 이렇게 말하는 게 잠결에 들렸던 것 같은데 나를 건드리며 깨운 건 새벽 3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그럼 아마도 이 아이는 2시 부터 깨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토닥여주며 재우는데도 잠을 못 자다 결국 나보고 밖에 나가자는 둘째. 거실로 나가 기저귀를 갈아주고 안아주었다. 얼마만에 자장가인지, 불과 1-2년 전만 해도 자다 깬 아이를 안고 나와 노래를 부르며 재우고 다시 들어가던 게 흔한 일이었는데 오랜만에 그때의 감정이 느껴졌다.
보드라운 살, 토실토실한 엉덩이, 내게 폭 안기는 감촉이 여전했다. 그러나 다리도 길쭉 삐져나오고 두 팔로 안아야 될만큼 성장한 아이. 반면 그 새 나는 조금만 안아도 허리와 어깨가 아프고 자장가를 부르는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고 음이탈이 심한, 노쇠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벌써?! 육아선배님들이 보시면 코웃음 치시겠다...ㅠㅠ)
결국 소파로 가 앉아 아이를 안아 재우는데 실패. 너무 배가 고파 못 자나 싶어 계란을 먹겠는지 물으니 행복해한다. 흰자만 먹는 녀석에게 구운 달걀 두개를 선사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때가 3시 40분이었다.
평소 4시반 알람을 맞추기에 나도 살자 싶어 5시로 알람을 바꾸고 아이 옆에 누웠다. 그러나 계속 잠을 못 드는 아이. 첫째가 이 시기에 이렇게 오래 잠을 못 잔 적이 있던가ㅜㅜ 나도 피곤하고 아이도 피곤해했다. 결국 5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5시 50분이 되어 먼저 일어나 화장실에 가 있는데 갑자기 또 벌컥 문이 열리더니 둘째가 서 있었다. (오마이갓) 잠든 줄 알았는데 엄마 없는 걸 기똥차게 알아채 나온 것이다. 오늘은 모든 걸 내려놓는 마음으로 다시 아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으니 바로 잠이 드는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 껌딱지로 존재해주는 시간에, 그리고 내가 이 아이 옆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했다. 몸과 마음에 불편함 없이 한 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식구들. 그들을 바라보는 이 아침의 평범함은 참으로 귀하다. 건강하고 밝게 살아가자 우리 가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