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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입니다, 탈락입니다

경단녀의 설움

by 반짝이는 루작가

탈락이었다. 서류부터 불합격이라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살면서 나는 참 운이 좋았다. 내가 지원한 곳에 떨어진 적이 거의,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더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것 같았지만 이 학교는 나랑 아닌가 보다 했다. 처음으로 지원했던 곳이었으니까.


그러나 또, 탈락이었다. 처음부터 포기하려 했지만 다시 지원서를 쓰고 제출했던 곳. 나랑 안 맞을 것 같다고 투덜거렸으면서 솔직한 심정으로는 합격을 원했던 곳이었다. 꼬꼬마 친구들을 만나며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나 면접을 볼 기회도 주어지지 않은 채 불합격이었다.


같은 날 교육지원청에서 방과후학교 강사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눈발이 사납게 날리던 날, 그래도 면접이라고 코트를 입고 구두를 신고 면접장을 찾았다.



이것만큼은 되겠지 상상했다. 내가 1지망에 넣었던 학교에 나 말고도 한 분이 더 응시를 했다. 설마 2:1 경쟁률에서 떨어질까 싶었다. 재작년에도 잠시 근무했던 학교. 너는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엊그제 결과 공지를 보니 내 번호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렇게 3연패를 당했다.


고스톱에서 삼연뻑은 최종 승리로 게임이라도 끝나지, 세 번의 불합격 소식은 나의 자존감을 밑바닥까지 끌고 내려갔다. 우울감, 무기력, 눈물.


설상가상으로 둘째까지 아파 병원에 데려갔다 왔다, 새벽에도 열이 오를까 불침번을 서는데 한 번 잠에서 깨면 다시 잠이 드는 게 어려웠다. 잡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돈을 벌 수나 있을까.


잠만 자면 꿈에서는 남편에게 급 몇 천만 원이 생기는 꿈, 모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는 꿈 등 현재의 내 삶과 연결되는 바람들이 직접적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잠도 자기 싫었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것들이 꿈에서 이뤄지는 게 야속하게 느껴졌다.


마음만 먹으면 학교에서 일하는 건 식은 죽 먹기 일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공부방이나 과외를 생각하려니 지금 아이들이 어려 사업으로 확장시키는 게 마음에 부담이 크다. 아르바이트라도 하려니 어린이집 하원시간이 또 걸린다.


아이들에게 집중하겠다고 내가 선택한 사직이었다. 그러나 점점 세상은 좋아져 회사 내의 육아 급여나 휴직 기간은 높아지고 길어지고, 나만 좋은 운은 다 피해 가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생각만큼 아이들을 잘 돌본 것 같지도 않다. 나 살겠다고 일찍 애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버리고 자기 계발의 시간만 가졌던 건 아니었을까. 현재의 나는 길을 잃었다.


작년 충분히 돌아보며 나 자신을 찾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또 방황의 시간이 온다. 나는 경단녀가 되지 않을 줄 알았다. 어디에서든 환영받는 사람일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일하기를 원하는데 모든 타이밍과 환경이 엇박자로 진행된다.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아 자꾸 눈물이 난다. 돌아갈 직장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을까.


내 선택을 후회하지 말자.

난 할 수 있다.

난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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