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을 결정했던 이유
지난 1-2월, 마음이 굉장히 불편했었다. 계속 지원하는 방과 후 강사며 시간강사는 족족 떨어지고, 남편이 승진을 했지만 좀처럼 외벌이의 수입으로만 빚을 갚는 게 쉽지 않았다.
경력 미달로 계속 공교육에서 일을 하지 못하는 거라면 사교육에서 움직여야 했지만, 그 시장도 만만치 않았다. 아직 나를 불러주는 곳도 없었고, 알바 사이트를 통해 지원한 가정에서는 처음부터 출신학교를 묻더니 면접처럼 까다롭게 대하는 학부모의 메시지가 갑질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걸어온 교육과 서비스의 길 위에서 모든 걸 때려치우고 전혀 다른 직종의 일반 회사를 들어가거나,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껏 나를 키워오겠다고 공부했던 것들이 시간낭비로 전락하는 게 싫었고, 동시에 내가 아무 일이나 하는 것이 또 다른 시간 낭비가 될까 봐 두려웠다.
아직도 배부른 소리나 하는 나를 남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미안함에 늘 마음이 무거웠다. 일은 해야겠고, 육아도 해야겠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힘들고. 한 달에 거뜬히 200만 원의 수입을 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는 요즘 50만 원만 벌어도 ‘감사합니다’ 해야 할 형편에 놓여있다.
그러다 우연히 이현수 박사의 <하루 3시간 엄마냄새>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사이사이에 성령 하느님의 터치로 내가 진정 지금 머무르고 집중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일보다, 돈보다 ‘육아’였다.
‘내 아이들을 미끼로 영어 그림책을 소개하면서 돈을 벌어볼까, 아이들 또래를 불러 모아 그룹수업을 열어볼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업을 일지로 남기며 글이 돈이 되게 해 볼까.’
이렇게 휙휙 바뀌는 나의 계획과 생각들은 내 인생을 더욱 허무하게 허상으로 만들어갔다. 그러던 중 책에서 아이와 찐하게 보내는 10년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고, 벌써 그중 5년이 흘렀음을 깨달으니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나가는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난 5년의 시간, 아이들에게 소리치고 때리고 얼마나 실수를 많이 했던가. 남은 5년은 정말 귀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 사이 내가 뭔가를 이루면 얼마나 이룰 것이며 번다면 또 얼마나 벌지. 차라리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 듬-뿍 애정을 쏟고 사랑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린이집 버스로 하원을 신청했던 것도 다 취소하고, 첫째 둘째를 돌아가면서 일찍 하원시켜 나와 일대일 밀착 시간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크면서 점점 나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이런 해피타임이 아이들에게 필요할 것 같았다. 엄마와 단둘이 보내는 도서관 데이트! :)
과연 나의 의견이 아이들에게도 통할지, 지난 월요일 아침을 먹으며 물어보니 무슨 말인지 너무나 이해를 잘하는 아이들이었다. (많이 컸다ㅠㅠ) 내가 “그러면 오늘은 누가 먼저 엄마와 시간을 보낼까?” 하니 바로 “저요!”하며 손을 드는 둘째. 그래, 오늘은 너로 정했다:)
어린이집을 보낸 이후, 처음으로 3시에 아이를 데리러 가보았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내 계발에만 시간을 쏟는 엄마였던가. 전업맘이면서 아이를 온종일 어린이집에 있게 하는 게, 특히나 돌이 되자마자 어린이집에 보내버린 둘째에게는 더 미안했는데. 이렇게라도 다시 아이들에게 집중하려는 마음을 먹은 나 자신을 칭찬했다.
어제 기도모임에서 신부님께서 그러셨다.
중요한 건, 정말 귀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자매님이 그렇게 선택하신 게 아이들에게는 큰 선물일 거라고. 자기 계발이라는 것은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고도 맞지만, 자신을 내어주면서 성화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자기 계발이라고. 사랑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나를 응원하고 격려해 주셨다.
친구들이 즐겁게 노는데 괜히 엄마가 일찍 데리러 와 재미없는 도서관에 데리고 가는 건 아닌지 아이들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다행히 첫째도 둘째도 엄마랑 보내는 도서관 데이트가 더 좋다며, 오늘은 누가 엄마랑 일찍 만나는 날인지 묻는 아이들이었다.
가끔은 이런 나의 육아방식이 외롭게 느껴질 때도 있다. 다들 바쁜 세상에, 미디어도 발달하고 AI까지 나타나는 삶 속에서 내가 추구하는 육아가 구닥다리는 아닌지.. 오히려 후퇴하는 건 아닌지 두려울 때도 있다. 내가 괜히 아이들까지 친구들 사이에서 외롭게 만들어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오버까지 더해져 덜컥 겁이 난다.
그래도 나는 우리 아이들이 어둑어둑한 사회 속에서도 함께 있고 싶은 사람,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함께 있으면 행복해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나의 이러한 사랑이 아이들에게 부담이 아닌 기쁨과 추억이 되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육아를 시작하자. 아이도 귀하고 자기도 귀한, 보물 같은 이 시간에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