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치사랑은?
새벽 4시 17분. 5시에 알람을 맞추었는데 저절로 일찍 눈이 떠졌다. 요즘 며칠 째 둘째가 아파 제대로 나만의 새벽시간을 즐기지 못했던 터라 반가웠다.
첫째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둘째에게 가까이 다가가 기저귀를 먼저 만져보니 부풀어 있었다. 다행히 쉬가 새지는 않았는데 새 걸로 교체할까 말까를 잠시 고민을 했다. 혹여라도 기저귀를 바꾸는 상황에서 아이의 정신이 깨버리면 또 나의 새벽을 놓칠까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럴 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결정이 쉬워진다.
지난주도 아이의 상태가 수족구나 노로바이러스 등 나라에서 정한 감염병이 아니기에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보낼 수는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일을 나가는 상황도 아니고, 뒤집어 내가 나이가 들어 아픈데 아이들이 나를 그저 기관에 맡겨버릴 생각을 하니 바로 답이 나왔다. 며칠 동안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찐하게 즐겼다.
새 기저귀를 가져와 먼저 바지를 벗기고, 갖고 온 기저귀를 다리 사이에 끼운 뒤 양 옆의 부푼 기저귀 테이프를 떼어냈다. 노련하게 아이가 차고 있던 기저귀를 삭 빼내고 새 기저귀를 엉덩이 위로 올리는 순간 손에 끈적한 무언가가 달라붙는 느낌이 들었다. '오 마이 갓! 설마, 똥?!!!!!'
항생제 부작용으로 계속 설사를 하던 둘째의 응가가 어제부로 멈췄다고 믿었는데, 이건 무슨 일인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론 지금이라도 아이의 대변을 치워줄 수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른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수건과 물티슈를 준비한 뒤 아이를 들쳐 안고 살살 달래며 엉덩이를 씻겨주었다.
본인도 자기 몸이 개운해지는 걸 느꼈는지 보채지 않고 내 몸에 달라붙어 몸도 씻기고 산뜻하게 새로운 내복으로 갈아입었다. 아이가 누웠던 요를 다 치우고 내 자리에 눕혔다. 토닥토닥, 아이를 재우고 나오니 4시 57분이었다.
어제도 둘째의 쉬가 새 이불, 베개커버, 요, 방수요까지 싹 다 빨았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이불을 끌어올릴 때마다 살포시 풍기는 향기에 "기분 좋지? 이제 열도 다 내렸으니 오늘은 푹 자자"하며 인사했건만,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연달아 쌓인 이불더미를 보며 문득 생각해 본다. 아이의 똥은 사랑의 마음으로 치워주면서, 엄마나 아빠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오늘 새벽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점점 나이가 드니 부모님의 건강이 염려스럽다. 아직까지 스스로 운동과 요가로 건강을 챙기시는 부모님께 감사드리며 부디 이러한 일들이 내리사랑으로만 끝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