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은 언제 쓸래

친정 엄마의 진심 어린 걱정

by 반짝이는 루작가

출근한 지 이틀이 지났다. 바로 직전에 쓴 글이 마법에 걸린 듯 정말로 현실이 되었다. 교육활동봉사자. 내가 그렇게 원한 방과 후 강사도 아니고 그다음으로 바랐던 기초학력 협력강사도 아닌 제일 시급이 낮은 일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고 싶었던 욕심을 비우고 봉사의 마음으로 아이들 곁에 있겠다는 마음을 보시고 붙여주신 것 같다.


수업 준비를 안 해도 되고, 내가 그동안 쌓아온 경력이나 배운 공부들과 관련 있는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어 감사하다. 출근 시간이 오전이라 우리 아이들을 빨리 등원시키는 건 단점이지만, 평소 지각쟁이 남편과 애들을 같이 챙기며 그를 일찍 출근시킬 수 있다는 건 장점이다.


그러나 확실히 내 시간이 많이 줄었다. 등원도 빨라졌는데 아이들 번갈아 한 시간 일찍 하원시키기로 했던 계획을 무너뜨릴 순 없었다. 일이 끝나 집에 와 부랴부랴 점심 먹고 전쟁터인 집을 정리하면.. 개인적으로 못 봤던 볼일들 체크하고 아이들과 일대일 도서관 데이트도 진행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새벽기상 시간을 당겼더니 새벽같이 일어나는 이 둘째는 어찌할꼬 정말! (지금도 옆에서 재우고 이불속에서 글 쓰는 중이다 ㅠㅠ)


그래도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우리 집 가정경제를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주어진 이 흐름에 감사히 따라가고 있다. 일도 적응이 되고 그동안 밀려 있는 볼일도 하나씩 정리가 되면 순수 나의 시간이 조금씩 생길 거라는 믿음을 갖고.


학교에서 특수 돌봄 봉사일을 하시는 친정엄마가 내 마음을 제일 잘 알아주는 것 같다. 거기에 티도 안 나는 집안일과 육아까지 해내야 하는 몫을 엄마는 몸으로 다 느끼시는 것 같다. 그래서 본인도 힘드실 텐데 저녁에 와서 바쁜 남편의 자리를 대신해 채워주시는 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런 엄마가 어제, 저녁을 먹으며 내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치켜!(힘들겠다는 제주 사투리)

학교에 다녀오면 엄마는 기가 빠지던데. 그 일이 가벼워 보여도 보통 일은 아니여게.“


사실 나는 아직 괜찮았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물으며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게 느껴지니 즐거웠기 때문이다. 내가 맡고 있는 아이도, 그 아이와 함께인 우리 반 아이들도 다 착하고 순수해 보여 일터가 스트레스인 건 아니었다. 엄마가 말씀을 더 이어가셨다.


“글은 언제 쓸래? 너 글 쓸 거 아니? 글 쓸 시간도 어시켜.”


... 이건 정말 그랬다. 글을 쓰겠다는 마음과 시간이 사치라고 느껴진 요즘, 뜨문뜨문 쓰고 싶은 게 있을 때만 썼다. 그런데 누구보다 엄마가 나의 글쓰기를 응원하고 있었다. 엄마께 글을 쓰는 것도 돈에 쪼들리면 안 된다고, 어느 작가님이 강의에서 들었다고 둘러댄 뒤 화제를 바꿔버렸다.


그런데 엄마의 한마디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내가 제일 행복한 순간.. 내가 나를 발견하고 치유하는 글쓰기. 이게 정말 나에게 사치인 걸까. 문득 집 한 귀퉁이에 있는 소설 쓰기 책이 생각이 난다. 조심스레 시작해 볼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거짓말이 진실이 되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