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따에서 우붓으로
발리 꾸따-우붓 (2025. 7. 12. 토)
오전에 체크아웃을 한 후 블루버드 택시를 불러 발리 중부에 있는 우붓(Ubud)으로 갔다(350,000 루피아). 비가 오락가락했다. 택시 기사는 운전하는 도중 몇 번이나 우붓 관광을 시켜줄 수 있다며 호텔 가기 전 유명한 '원숭이 숲'(Monkey Forest)을 보고 가라고 했다. 우리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대략 2시간 정도 걸려서 우붓 시내에 위치한 드왕가 호텔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려니 객실 2개를 예약하지 않았냐고 묻는다. 금시초문이라 아니라고 하니 예약 상황을 보여주는데 정말 내 이름으로 객실을 2개 예약해 놓은 상태였다. 30여 년 간 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이처럼 실수로 방 2개를 예약한 적은 없었는데... 의문이 들었다. 두 종류의 신용카드로 비슷한 시기에 결재가 중복되어 있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우리가 객실을 한 개만 예약했다고 계속 주장하자 일단 체크인부터 하도록 안내했다.
드왕가 호텔은 발리풍의 아름다운 정원과 객실이 너무나 예쁘고 이국적이어서 슈페리어 더블룸으로 예약을 했었다.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객실로 향하는데 실제로 열대우림의 정원이 예쁘게 관리되어 있고 곳곳에 연못이랑 분수대 등 물길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로는 엄청 습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예약한 객실은 2층 독채 건물의 1층 방이었다.
웅장한 돌기둥이 받치고 있는 푸른빛 테라스와 황금빛 문양이 눈부신 붉은색 창문과 출입문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방을 안내하는 직원이 우리들에게 신발을 갖고 들어오라고 했다. 가끔 원숭이들이 객실 밖에 놓여 있는 신발을 훔쳐간다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주위를 한 번 살핀 후 신발을 들고 실내로 들어섰다. 넓은 면적에 이국적인 꽃그림들로 멋지게 장식된 독특한 방이었다. 욕실도 넉넉하게 컸다.
일단 점심을 먹기 위해 호텔 밖으로 나와 중심지에 있는 관광안내소를 찾아갔다. 왕궁과 시장, 그리고 관광안내소 등이 자리 잡고 있는 우붓의 중심가는 벌써 발 디딜 틈 없이 자동차와 오토바이들로 꽉 차 있었고, 양 옆 좁은 보행자 도로에는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연신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고 있었다. '여기도 오버 투어리즘(Over Tourism)의 중심지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그 오버 투어리즘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 관광안내소를 찾아가 시내 지도를 받았다.
시내 구경은 조금 미루고 일단 점심을 걸렀던 터라 식사 먼저 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한식을 먹자는 남편의 의견을 따라 한식당 검색을 해보니 30-40분 거리에 고깃집이 하나 있었다. 다행히 한식당 가는 길은 우붓 시내의 주 도로를 살짝 벗어난 호젓한 길로 이어졌다. 모퉁이 하나 돌았을 뿐인데 일단 차량 통행이 적어 매연도 훨씬 덜 하고 무엇보다 한적해서 좋았다. 이따금 조그마한 가게들과 공방들이 보였다. 대부분 발리의 전통 건물들이었는데 입구에는 힌두교의 신들을 조각한 석상이 자리 잡고 있었다.
찾아간 한식당은 그야말로 '한국식' 고깃집이었다. 구글 지도만 가지고 찾아가느라 우왕좌왕했는데 다행히 식당 가까이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몇몇 청년 무리를 만났다. 똑같은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뒷면에 한글로 ‘목구*’이라는 상호가 보이길래 따라갔다. 그 식당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젊은이들이었다. 식당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지만 들어서자마자 온통 한국 여행객들이어서 놀랐다.
기본적인 3가지 종류의 소고기/돼지고기와 된장찌개, 밥, 상추쌈, 밑반찬 등이 아주 푸짐하게 나왔다. 불판은 전적으로 젊은 아르바이트생들이 담당하며 고기를 구워줘서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된장찌개랑 고기, 김치, 상추쌈 등 배부르게 포식을 했다. 가격은 2인 기준 8만 원 이상이 나왔다.
식당 프런트에 30-40대로 보이는 젊은 한국분이 있었는데 이곳 사장님이라고 했다. 남편이 매운 인도네시아 음식 때문에 배앓이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발리 벨리’(Bali Belly)라는 용어가 있을 정도로 인도네시아 와서 배탈이나 설사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고 일러주었다. 우리가 어제 약국에서 산 배탈약을 보여주자 효능이 좋은 약이라고 계속 복용하라고 말했다.
이른 저녁을 먹은 후 우붓 중심가를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