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식 치성인 '차루'로 시작하는 아침
-발리 우붓 (2025. 7. 13. 일)
아침 8시 반쯤 일어나 호텔 레스토랑으로 조식을 먹으러 갔다. 청명한 아침공기와 눈부신 햇살, 그리고 경쾌한 새소리가 아침을 열고 있었다. 레스토랑은 그리 크지 않은 수영장 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화사하게 푸른빛 수영장을 비추고 있었고, 수영장 가장자리에는 힌두교의 신상과 원숭이 상이 있어 아침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을 맞이하는 것 같았다.
호텔 직원이 다가오더니 큰 테이블에 놓여있는 빵이나 과일을 원하는대로 갖고 오면 되고 a la carte로 요리 하나씩 주문할 수 있다고 했다. 에그 프라이를 곁들인 토스트를 주문한 후 접시에 담아 온 크루아상과 열대 과일, 주스 등을 먹었다. 조금 있다 나온 메인 요리를 보니 정성이 담뿍 담긴 완성도 높은 음식인 걸 알 수 있었다. 음식의 가짓수는 대형 호텔 조식 뷔페만큼 다양하진 않으나 단품 요리를 하나씩 선택할 수 있어 결론적으로 음식의 질은 더 나은 것 같았다. 부드럽고 화사한 햇살 속에서 맛난 식사를 할 수 있었던 편안한 아침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입은 한 여성이 색색가지 꽃들과 향으로 장식한 조그마한 그릇을 객실 입구와 석상들 앞에 놓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우리 방 앞에 도착하니 그곳에도 예쁘게 놓여 있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힌두교의 ‘차루’(charu)구나!' 경건하면서도 아름다워 바닥에 놓인 차루를 카메라에 담았다.
힌두 의식에서 '차루'는 주로 악한 신이나 악령들에게 바치는 제물로 반드시 지면(땅)에 놓는다고 한다. 반면 '차낭'(Canang)은 천상계 신들을 위한 제단이나 탑 위에 올리는 제물을 뜻한다. 발리의 거리를 걷다 보면 가게 앞이나 가정 집, 사원, 심지어 시장 구석구석에서도 차낭과 차루를 볼 수 있다. 꽃과 과일, 쌀밥, 조리된 닭이나 오리 등을 향과 함께 넓은 코코넛 잎에 담아 놓는다.
곳곳에 차루가 놓여있다보니 길을 걷다 자칫 발로 차거나 밟을까 조심스럽기도 하였다. 사실 오후쯤에 발리의 길을 걷다보면 사람들의 발길에 차이고 짓이겨진 차루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다. 너무나 많은 관광객들이 다니다보니 어느새 발에 밟혀 제물을 바친 이의 정성이 무색해 보이기도 하였다.
무엇보다 신과 악령 모두에게 정성을 드리는 전통이 흥미로왔다. 지구상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선한 신을 섬기고 기릴 뿐 악한 신이나 악령들을 함께 기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상과 신앙이 밀접하게 연결된 독특한 종교 문화라고 하겠다.
호텔 밖으로 나가기 전 택시를 부르고 프런트 소파에 앉아 있으니 직원이 어제 문제가 되었던 이중 예약 중 하나는 무료로 취소하였다고 한다. 결국 숙박 사이트의 실수인 것 같았다. 십여 년 이상 이 사이트의 고객이었는데 그동안 이런 일은 단 한 차례도 일어나지 않았었다. 다행히 방 하나를 무료로 취소했다고 하니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