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르따 엠풀 사원
우붓 (2025. 7. 13. 일)
우붓은 발리의 역사와 힌두교 문화를 느끼기 좋은 곳이다. 이슬람이 대다수인 인도네시아에서 발리는 거의 유일하게 힌두교도가 다수인 섬으로, 2018년 기준 발리섬 인구의 87%가량이 힌두교 신자라고 한다. 인도네시아에 이슬람교가 전파된 이후로 자바섬과 수마트라섬 등 다른 많은 지역은 이슬람화 되었고, 티모르섬 등 일부 지역은 개신교나 가톨릭 등을 믿고 있지만, 발리에서만은 전통 시대의 힌두교 신앙을 이어오고 있다. 다만 발리의 힌두교는 원래 힌두교의 본산인 인도의 힌두교와는 상당히 다르게 변형되었다고 한다. 신분제인 카스트 제도도 매우 단순화되어 있다.
오늘 오전의 일정은 ‘띠르따 엠풀 사원’(Tirta Empul Temple)이다. 지은 지 천 년이 넘었다는 사원으로 성스러운 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한다는 사원이었다. 그랩 차를 불러 한 40분 정도 달려 목적지에 닿았는데 너무 한적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뭔가 이상해서 확인을 하니 비슷한 이름의 다른 사원으로 온 것이다. 할 수 없이 다시 150만 루피아를 주고 한 시간 정도 더 걸려 띠르따 엠풀 사원으로 갔다.
입장하자마자 사롱을 두른 후 사원 본채를 먼저 구경하였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형태의 힌두식 탑(구조물)들은 발리 이곳저곳에서 다양하게 볼 수 있다.
이윽고 뒤쪽으로 가니 사진에서 보던 장소가 나왔다. 물이 흘러나오는 수로 입구가 죽 늘어서 있고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와 얼굴에 물을 맞고 있었다. 수로 각각 의미하는 바가 다르다고 하는데 제일 첫 번째 수로는 건강을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사람들이 가장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물을 맞으려면 다시 물속에 들어갈 때 입는 사롱 천으로 갈아입어야 해서 그냥 구경만 하기로 했다. 단체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물을 맞으러 들어갔다. 인도네시아 사람이든 외국인 관광객이든 사롱을 바꿔 입은 채 물속에 들어가 머리를 조아리며 물을 맞고 또 두 손으로 물을 받아 마시는 모습들이 매우 진지해 보였다. 가끔 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강, 행복, 사랑, 부 같은 것에 대한 소박한 바람을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사람들 다리 사이로 헤엄치고 있었다.
갑자기 발이 간지러워 아래를 내려다보니 조그만 초록빛 도마뱀 한 마리가 내 발등에 올라와 있어 나도 모르게 기겁하며 털어냈다. 그 도마뱀은 벽으로 올라가더니 이내 몸 색깔이 벽과 같은 어두운 색으로 변했다.
사원을 돌아 나오는데 의식을 드리고 있는 발리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흰색의 옷을 입은 여성들이 바닥에 앉아 기도와 치성을 드리고 있었다.
우리도 그늘 한쪽에 서서 한참 동안 그 의식을 지켜보았다. 푸른 야자수와 열대 나무들이 높이 치솟아 있는 발리 우붓의 한 힌두교 사원, 노란빛 차양 아래 흰 옷을 입고 계속 경건하게 치성을 드리고 있는 발리 여인들의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은, 익숙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배경만 다를 뿐 우리나라의 불교 사찰에서 부처님 상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올리거나 성당에서 머리에 흰 미사보를 쓴 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 역시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는 인간의 '낮은' 모습이다.
정말 와 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기대하던 만큼이나 깊고 다양한 울림을 받았던 힌두교 사원이었다. 이제 띠르따 앰풀 사원을 떠나 그랩 택시를 불러 뜨갈랄랑 라이스 테라스 쪽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