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루와뚜 사원과 케착댄스

--거친 파도가 몰려오는 아름다운 인도양 바다와 울루와뚜 사원

by 권혜경

-석양이 아름다운 울루와뚜 사원과 케착댄스 공연 (2025. 7. 10. 목)


다시 유페카 씨를 만나 울루와뚜 사원 쪽으로 내려갔다. 사원 자체는 들어갈 수 없었다. 출입구만 잠깐 훑어보고는 케착댄스 공연장 쪽으로 내려가자고 했다. 그런데 문득 사원 입구에 있는 팻말 하나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KakaoTalk_20251102_161226929.jpg 울루와뚜 사원 입구에 붙어있는 팻말

지나치다가 무심히 눈길이 갔는데 '생리 중인 여성은 사원 출입을 금한다'(Women who have their period are prohibited entering the temple)는 내용이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로 붙어 있었다. 가이트 유페카 씨를 불러 물어보니 예전에는 이런 걸 지켰지만 요즘은 지키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여성의 몸, 특히 매달 찾아오는 여성의 생리는 완경기(또는 폐경기)가 오기 전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여성이라면 치러야 할 '쉽지 않은' 과정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몸이 무겁고 통증이 따르며 특히 출혈량이 많은 생리 초반에는 학교나 직장에서 늘 화장실에 가서 몸 뒤쪽을 확인해야만 하는 번거로움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통증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생리는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가임기의 표식이지 않은가!


여성의 몸, 특히 생리혈에 부정적인 의미를 담으려는 가부장적, 또는 남성중심적인 사고를 다시 한번 발견한 것 같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올라가는 길에 나무 위에 앉아 있는 원숭이들을 만나면서 그나마 기분이 풀어졌다.


KakaoTalk_20251102_160803823.jpg 울루와뚜 사원 숲 속의 원숭이 친구들

울루와뚜 사원이 자리 잡은 곳은 인도양을 굽어보는 높은 절벽 위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인도양의 거센 파도가 굽이치는 걸 볼 수 있었다. 석양이 질 무렵에는 더 아름다울 것 같았다.


KakaoTalk_20250927_165650338_01.jpg 울루와뚜 사원에서 내려다본 풍경. 절벽 가장자리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갔다 오는 여행객들도 있었다.

저녁 6시부터 공연장에서 케착댄스 공연이 시작되었다. 상의를 벗고 전통 의상을 갖춰 입은 일단의 남자들이 ‘착착착 우짝짝짝’ 같은 소리를 함께 지르는 가운데 스토리의 중심인 왕과 왕비가 나타났고, 그 왕위를 노리는 악한 마귀가 나타나 왕비를 납치했다.


KakaoTalk_20250909_162401451_04.jpg 케착 댄스 공연, 왕비가 춤을 추고 있다.

그러자 흰 원숭이 대장이 나타나 관중석으로 뛰어올라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난간을 타고 오르던 원숭이가 갑자기 내 앞에 털썩 앉더니 바로 앞에 있는 여성 관객을 놀렸다. 삼십여 명의 젊거나 나이가 든 남자들은 계속해서 소리를 내며 흥을 돋웠다. 공연 도중 가끔씩 현장에 있는 관객들에게 접근하는 등 재미있게 연출을 하였다. 바닥에 둥글게 불을 붙인 후 그걸 맨발로 끄기도 했다. 디시 왕이 나타나 악마를 물리친 후 막이 내렸다.


KakaoTalk_20251102_165754235.jpg 케착 소리를 내는 소리꾼들은 젊은 층부터 나이가 든 층까지 다양했다.

베트남이나 태국에서도 전통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본 발리의 케착댄스 공연은 매우 독특한 형식이었다. 특히 극 처음부터 등장해 쉴 새 없이 '우짝짝짝 착착'등 반복되는 소리를 내는 남성 소리꾼들(?)의 역할이 아주 특이하면서도 무척 힘들어 보였다. 가끔씩 혼자서 소리를 내는 경우도 있었는데 대부분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연장자들이 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연륜이 깊어야 혼자서 독창을 맡을 수 있는 것 같았다.


남성들의 케착 소리와 가면을 쓴 등장인물들의 연기가 멋지게 어우러진 매우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공연을 마칠 무렵 이제 해가 져서 대서양 바다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제 마지막 일정으로 인근에 있는 짐바란 해변으로 갔다. 저녁식사가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도착하니 거의 저녁 8시가 넘었다. 들어가자마자 생선구이 세트가 나왔다. 조금 맵긴 해도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짐바란 백사장을 따라 이런 식의 생선구이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자리를 돌며 노래를 부르는 밴드가 우리 테이블 쪽으로 오더니 갑자기 이승철의 노래인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를 부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훅 들어온 우리말 노래가 반갑기도 해서 팁을 주며 고맙다고 했다.


KakaoTalk_20251102_171603635.jpg 짐바란 해변에서 한국 노래를 부르는 밴드

식사를 마친 후 호텔로 돌아오니 거의 밤 10시 가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