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소설 속 K는 누구인가?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잠자리 속에서 흉측한 한 마리 해충으로 변해있음을 깨달았다.” (『변신/시골의사』, 민음사, p.8)
너무나 유명한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의 소설 『변신』의 첫 구절이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 만큼이나 유명한 문장이다. 청소년 시절 세계 문학 전집에 들어있던 『변신』을 처음 읽었을 때의 당혹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성실한 한 인간이 비루한 한 마리 벌레로 변하다니!
나이가 들어 『소송』(심판)과 『성』을 읽었을 때도 처음 『변신』을 읽고 느꼈던 당혹감이 역시 일었다. 주지하다시피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의 이름은 나오지 않고 K란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또한 두 작품 모두 형식적으로 완성이 되지 않은 작품들이다. 하지만 『소송』의 경우 작가가 작품 집필을 시작하면서 첫 장과 마지막 장을 먼저 써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스토리의 완결성은 보다 뚜렷해 보인다.
『소송』의 주인공 요제프 K는 은행의 간부로 서른 살 생일을 맞는 날 갑자기 체포되어 1년간 소송을 겪다가 결국 처형을 당한다. 자신이 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또 해결책을 찾으려 애쓰지만 결국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다. 소설이 끝날 때까지 그가 왜 체포되었는지 그리고 왜 죽어야 하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판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가 아직 이르지 못한 상급 법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러나 K의 목에 한 남자의 양손이 놓이더니 동시에 다른 남자가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 넣고 두 번 돌렸다... "개 같군!" 그가 말했다. 그가 죽은 후에도 치욕은 살아남을 것 같았다. (『소송』, 문학동네, p. 287)
『성』 역시 배경만 다를 뿐 주인공 K가 겪는 상황은 비슷하다. 이 소설은 토지 측량사라고 스스로를 밝힌 K란 인물이 어느 겨울밤 한 마을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400 페이지가 넘는 내용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실제 그가 어떠한 인물인지, 그리고 왜 자신을 부른 성으로 진입조차 하지 못하는지 알 수 없는 부조리한 상황들로 가득 차 있다.
"나는 측량 일은 한 적도 없고... 나는 하지도 않은 일을 중단할 수 없고, 그 신사 나리를 격분케 할 수도 없는 형편이야. 그러니 내가 어떻게 그 사람의 인정을 받을 만하다는 거야! 이러니 도통 마음 편히 있을 수가 없잖아... 자네는 내가 하는 말을 전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그 말을 진짜 믿을 수 있을까?" (『성』, 창비, p. 171)
체코의 수도 프라하!
카프카가 나고 자란 도시이다.
그는 1883년 당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에 속한 보헤미아 왕국의 수도였던 프라하에서 한 부유한 유대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좋아한 병약한 소년이었던 카프카는 아버지의 뜻을 따라 프라하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노동 보험 공단에서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낮에는 일하고 퇴근 후 밤에는 글을 쓰며 작가로서의 꿈을 이어나갔다.
1915년에 『변신』을, 1916년에 『소송』을 출판하였으며, 1917년 폐결핵 진단을 받은 후에도 집필을 계속해 1919년 『유형지에서』를 출판하였다. 사랑하는 여인이 있었으나 약혼과 파혼을 두 번씩이나 이어 갔고, 폐결핵뿐만 아니라 신경쇠약으로도 고생하였다. 1922년 『성』을 집필하다 병세가 악화되어 결국 1924년 40세의 나이로 요절하였다. 친구 막스 브로트(Max Brod)에게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원고를 불태워 달라고 요청하였으나 다행히 브로트는 그의 사망 후 원고를 보관하다 나중에 출판하였다고 한다.
프라하에는 카프카가 살던 집이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카를교 근처에 있는 이 박물관 앞에는 카프카 소설의 등장인물 K를 상징하는 거대한 K 형상이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의 규모는 그리 크진 않으나 카프카의 가족사진들과 그의 젊은 시절 모습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프라하 성 안에 있는 황금 소로에도 카프카와 관련된 장소가 있다. 1916년 그의 여동생이 이 집을 빌렸으며, 이 시기 카프카가 1년 정도 머물면서 글을 썼다고 전해진다. 지금은 카프카의 책을 파는 작은 서점으로 운영되고 있다.
프라하 시내에는 카프카와 관련된 조각 작품도 있다. 체코 출신의 조각가인 데이비드 체르니(David Černý)가 2014년 설치한 '프란츠 카프카의 머리'(Head of Franz Kafka)이다. 총 42층의 스테인리스 스틸 구조물이 제각각 회전하는 이 작품은 설치 당시 비평가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계속해서 분열적으로 움직이는 층들이 복잡 미묘하게 움직이는 인간의 내면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체코 프라하!
오래된 성과 좁은 길, 그리고 볼타바 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도시이다. 늘 여행자들로 넘쳐나는 활기찬 도시이기도 하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이 크지 않은 도시에서 살다간 한 예민하고도 병약했던, 하지만 현대인의 불안과 회의, 공포를 지극히 잘 포착해낸 카프카를 품고 있어 프라하는 한층 더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