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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자카르타 (2025. 7. 7. 월)
아침 8시경에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항상 먹는 야채샐러드와 달걀 프라이, 커피, 약간의 과일 등을 챙겨 먹었다. 오늘은 월요일이라 족자카르타 왕궁이 문을 닫는 날이라 아쉬웠다. 대신 ‘물의 궁전’이라는 ‘따만 사리’를 가기로 하고 그랩 택시를 탔다. 줄을 서서 7,000 루피아씩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큰 연못을 중심으로 양쪽에 건물이 서 있었다. 2층 건물로 올라가니 왕이 연못에서 물놀이를 하는 후궁과 시녀들을 내려다보고 잠자리를 함께 할 사람을 골랐다는 곳이 나왔다.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에서 만났던 이슬람식 건축 기법과 물을 잘 활용하는 정원 기법을 엿볼 수 있는 아담하고 예쁜 건물이었다. 날씨도 맑아서 사진 찍기에 참 좋았다. 따만 사리 뒤쪽 출입구로 나오는 길에는 상점들과 일반 주택들이 늘어서 있었다.
물의 궁전 '따만 사리'
다시 택시를 불러 왕궁 쪽으로 갔다. 월요일이라 왕궁에는 들어가 볼 수 없지만 왕궁 뒤쪽에 있는 마을에 전통 예술품을 만드는 곳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찾아갔다. 왕궁의 공식 안내원이라고 하는 한 여성이 전통 예술품을 만드는 공방으로 안내하겠다고 해서 따라갔더니 우릴 바틱 공방으로 데려갔다. 잠시 구경을 하고 나와 또 다른 공방이 있는지 물었더니 이게 다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소정의 사례를 하고 돌아 나왔다. 일반 주택가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 번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중심지로 나오는 길을 찾았다. 다들 친절하게 잘 안내해 주었다. 큰 나무가 늘어서 있는 그늘에서 잠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쉬기도 했다.
다시 말리오보로 거리 쪽으로 올라왔는데 특히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반둥에서도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었는데 거리마다 전속 거리 사진사가 있어서 관광객들이 원하면 전문적인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연인들끼리 혹은 가족들끼리 전통 복장을 갖춰 입고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었고, 여러 명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었다. 저녁이 되면 드라큘라나 애니메이션 주인공처럼 분장을 하고 나타나 함께 사진을 찍던 반둥의 사례가 떠 올랐지만 그런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말리오보로 거리에는 거리 사진사가 있어서 이렇게 전통복장을 한 채 사진을 찍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관광안내소가 있어서 잠시 들르기도 했다. 일본인 관광객 부부가 앉아서 안내를 받고 있었다. 안내소 들어오기 전 만났던 사람들이었는데 한국 관광객이라고 생각했더니 일본 사람들이었다. 우리 차례가 되어 이것저것 족자카르타에 대한 질문을 했더니 담당자가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다. 안내 끝에 우리가 한국 사람인 것을 알고 자기도 한국에서 몇 년 일하다 왔다고 했다. 우리가 부산에서 왔다고 하자 자신도 부산에서 일을 했다고 말했다. 서로 반가워서 인사를 나누었다.
오후가 되면 말리오보로 거리에 말이 끄는 마차가 다녀서 한번 타보기로 했다. 따그닥 따그닥 말발굽 소리를 내며 말은 자동차 사이로 도심을 달렸다. 처음 타보는 마차라 기분이 남달랐다. 약 20분 정도 다녀서 다시 출발한 곳으로 왔다. 자동차와 말이 함께 도심을 달리는 독특한 풍경이었다.
저녁은 백화점 상가 내에 있는 일본식 가락국수로 해결했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하면서 계속 인도네시아 현지 음식을 이것저것 먹었는데 특히 매운 삼발 소스 때문에 장이 예민해진 상태여서 순한 음식을 먹기로 했다.
저녁을 먹은 후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들렸다. 밤 시간에 말리오보로 거리 이곳저곳에서 버스킹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특히 한 곳은 젊은이들이 흥겹게 밴드랑 떼창을 부르고 있었다. 이슬람 국가는 음주가무가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길거리에서 신나는 춤곡이 연주되고 함께 소리 높여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신기했다. 차도를 건너 가까이 갔더니 20-30대 젊은 층들이 대거 밴드를 둘러싸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족자카르타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대학교가 많은 교육 도시라고 들었는데 역시 버스킹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한 곡이 끝나면 곧바로 다음 곡으로 이어졌고 청년들은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춤을 추며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 이슬람 국가에 대한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말리오보로 거리의 버스킹 현장. 젊은 층들이 밴드 음악에 맞춰 떼창을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