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 ‘나를 사랑하는 일’

에필로그

by 우리

전문가가 말했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받지 못한 사랑을,

타인에게서 채우려 하면 안 된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지금껏,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어릴 적, 사랑받아본 적이 없어서였을까.

나는 늘 사랑을 갈구했고,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사랑을 주는 방법도 서툰 사람이었다.


내 마음이 텅 비어 있었으니,

그 어떤 사랑으로도 채워질 리 없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도 못하면서,

늘 누군가의 사랑을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쉽게 인정을 하지 못했다.

내가 하는 행동은 결국 사랑받기 위한

생존 본능 같은 거였다는 걸.


사실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자체를 통해

내 가치를 증명받고 싶어 했다는 것을.


그래서 그 사람이 아무리 차갑게 굴어도,

내가 아무리 외롭고 자존감 바닥을 기어도,

그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내가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이 없었으니까.


상담 중,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왜 존재 자체를 증명받으려 하는 건가요? 우리씨는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소중한 존재예요. 잘나고, 멋있고, 예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그저 존재함으로써 소중한 겁니다."


울컥했다.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내가 고개를 떨구고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자,

내 얼굴을 쳐다보며 나지막이 말씀하셨다.


"우리씨는 어린 시절부터 감정을 너무 누르고만 살았던 것 같아요. 그 모든 상황 속에서 만약 모든 감정이 터졌더라면, 어린아이가 어떻게 버틸 수 있었겠어요. 그래서 자신이 살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일종의 감정적 회피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두려웠던 거죠. 이 감정을 마주하면 내가 버티지 못할까 봐, 무너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자책을 하고 회피를 하며 자신을 방어했던 잘못된 방법인 거예요. 근데, 이제는 그 감정과 조금씩 마주하고 풀어나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매번 무섭다고 피하기만 하고, 싸우지도 않고 계속 이렇게 살면, 버티지 못할 거예요. 많이 힘들 거예요. 우리씨가 가장 잘 알잖아요. 이젠 달라져야 하지 않겠어요? 우리 같이 그걸 잘 풀어봅시다"


그 말에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게, 그 어린아이가 뭘 어찌할 수 있었을까.

나는 왜 그런 나를 안쓰러워하기는커녕,

전부 다 내 잘못이라며 자책하기만 했을까

분명 잘못한 게 없는데,

나는 평생 자신을 자책하고 원망하며 살기만 했다.

나 자신을 사랑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그 마음을 내려놓고 싶다.

내가 나를 사랑해 줬으면 좋겠다.


결국 이 모든 깨달음도, 사랑에서 시작되.

그리고 사랑을 잃고서야 깨닫게 되었다.


사람을 낙원으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것을.
사람을 안식처로 삼아선 안 된다는 것을.


요즘 나는 ‘우울은 수용성이다’

라는 말을 좋아한다.


나를 위한 일, 나를 사랑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서툴지만

적어도 저 말처럼,

우울할 때마다 무조건 씻는다.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도,

씻고 나면 뭐든 조금은 할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생기더라.


무언가 이렇게 사소한 방법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아무런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그럼, 오늘 하루만 버텨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으니,

그저 오늘 하루만 살아주길 바란다.


그렇게 하루하루 버틴 시간들은 의미 없지 않다.

결국 그것들이 살아낸 의지이며, 용기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랫말이 있다.


“가장 늦게 피어올라, 가장 오래 타는 열기.”


우리는 조금 늦을지언정,

살아있다면. 분명 피어오르는 때가 온다.

고통스러운 순간은 나간다.

그저 순간일 뿐이다.


어두운 터널에도 반드시 끝이 있고,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우리,

같이 최선을 다해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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