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uid Game
맛있는 건 식구들이 다 같이 모였을 때 먹고
재미난 것도 식구들이 웬만하면 다 같이 모여서 보고 놀고 즐기는 우리 가족들의 성향 때문에
온세계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지난 주말에야 끝냈다.
식구 중 누군가는 연말에 바빴고 누군가는 연초에 바빴고 누군가를 빼고 보려 했더니 '나랑 같이 봐'라고 했고. 막 그랬다. 여하튼 지난주에 다 봤다.
금, 토, 일 사흘 동안 3편씩 열심히 봤다. 원래는 하루에 연달아 2편 이상은 시청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걸 질질 끌면서 볼 수는 없었다. 얼른 결말을 알아야만 했다.
왜 전 세계가 열광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에피소드 1부터 탄탄했고 어느 한 군데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1편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다 같이 한 목소리로 "다음!"이라고 외쳤다.
그러다 보니 사흘이 흘러 마지막 에피소드 9번이 되었다.
성기훈과 단둘이 남은 울대형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이 대망의 '오징어 게임'을 시작하려 할 때 나는 열심히 귀를 쫑긋하고 게임의 법칙을 잘 들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나이가 꽤 지긋함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의 룰을 잘 모른다. 왜냐하면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옆에서 다른 식구들이 이러쿵저러쿵 대화를 하느라 게임의 룰을 자세히 잘 듣지 못한 나는
약간 짜증을 내며 다시 조금 뒤로 돌려 다시 봐야 한다고 했고 그런 나를 보면서 남편은
아니,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라고 물었다.
어. 난 이거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한 번도 안 해봤어. 여자들은 이런 거 안 했던 것 같은데.
맨 마지막 생존자가 남자 두 명이라 그랬던 걸까 아니면 여자 둘이 생존을 했어도 '오징어 게임' 이 마지막 게임이었을까.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살아남았어도 같은 게임으로 승부를 냈을까.
1. 남자 대 남자
2. 여자 대 여자
3. 여자 대 남자
1번의 경우는 영화처럼 흘러갈 것이고
2번의 경우 만약 나 같은 여자 둘이 남았다면 서로 어리둥절하면서 '그러니까 이거 어떻게 하는 놀이인지 알아요? 저는 몰라요' '어머, 저도 몰라요. 어떡해요' 이러면서 주최 측을 당황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3번의 경우 여자가 불리하다. 뭔가 모르게 불리해 보인다.
울대형은 '뽑기' 때부터 요망하게 행동하더니 끝까지 살아남아 성기훈과 처절하게 육탄전을 벌인다.
여기까지, 에피소드 9까지 시청을 한 거의 모든 관객들은 성기훈이 이기기를 바랐을 것 아니겠는가.
마지막까지 모질지 못한 성기훈이 한숨을 놓고 방심(?)을 하고 울대형이 참회(?)를 하는가 싶던 그때
"형, 미안해"
나는 이 대사를 듣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에라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 남자들은 각자 먹던 과자, 땅콩 봉지들을 바닥에 떨어 뜨리며
"아아..... 저 ## 저럴 줄 알았어."라고 외쳤다.
우리는 그가 성기훈을 칼로 찌를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 평론가는 아니지만, 헐리웃 영화의 대부분은 이런 경우 울대형이 성기훈을 찌른다. 그리고 돌아서서 웃는다. 움핫핫핫핫
하지만 '오징어 게임' 은 확실히 헐리웃 영화와 달랐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여기서 확~ 반한 것 같다.
만약 나도 456명 중 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몇 번째 라운드에서 탈락했을까.
아니다... 나는 어차피 딱지치기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번도 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