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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Jan 26. 2022

'형, 미안해' 라길래 역시 너는 또..

Squid Game

맛있는 건 식구들이 다 같이 모였을 때 먹고

재미난 것도 식구들이 웬만하면 다 같이 모여서 보고 놀고 즐기는 우리 가족들의 성향 때문에

온세계를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지난 주말에야 끝냈다.

식구 중 누군가는 연말에 바빴고 누군가는 연초에 바빴고 누군가를 빼고 보려 했더니 '나랑 같이 봐'라고 했고. 막 그랬다. 여하튼 지난주에 다 봤다.

금, 토, 일 사흘 동안 3편씩 열심히 봤다. 원래는 하루에 연달아 2편 이상은 시청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걸 질질 끌면서 볼 수는 없었다. 얼른 결말을 알아야만 했다.



왜 전 세계가 열광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에피소드 1부터 탄탄했고 어느 한 군데도 느슨해지지 않았다.

1편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다 같이 한 목소리로 "다음!"이라고 외쳤다.

그러다 보니 사흘이 흘러 마지막 에피소드 9번이 되었다.

성기훈과 단둘이 남은 울대형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대망의 '오징어 게임' 시작하려   나는 열심히 귀를 쫑긋하고 게임의 법칙을  들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나이가 꽤 지긋함에도 불구하고 '오징어 게임'의 룰을 잘 모른다. 왜냐하면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옆에서 다른 식구들이 이러쿵저러쿵 대화를 하느라 게임의 룰을 자세히 잘 듣지 못한 나는

약간 짜증을 내며 다시 조금 뒤로 돌려 다시 봐야 한다고 했고 그런 나를 보면서 남편은


아니,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라고 물었다.

어. 난 이거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한 번도 안 해봤어. 여자들은 이런 거 안 했던 것 같은데.




맨 마지막 생존자가 남자 두 명이라 그랬던 걸까 아니면 여자 둘이 생존을 했어도 '오징어 게임' 이 마지막 게임이었을까.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살아남았어도 같은 게임으로 승부를 냈을까.

1. 남자 대 남자

2. 여자 대 여자

3. 여자 대 남자

1번의 경우는 영화처럼 흘러갈 것이고

2번의 경우 만약 나 같은 여자 둘이 남았다면 서로 어리둥절하면서 '그러니까 이거 어떻게 하는 놀이인지 알아요? 저는 몰라요' '어머, 저도 몰라요. 어떡해요' 이러면서 주최 측을 당황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

3번의 경우 여자가 불리하다. 뭔가 모르게 불리해 보인다.




울대형은 '뽑기' 때부터 요망하게 행동하더니 끝까지 살아남아 성기훈과 처절하게 육탄전을 벌인다.

여기까지, 에피소드 9까지 시청을 한 거의 모든 관객들은 성기훈이 이기기를 바랐을 것 아니겠는가.

마지막까지 모질지 못한 성기훈이 한숨을 놓고 방심(?) 하고 울대형이 참회(?) 하는가 싶던 그때

"형, 미안해"

나는 이 대사를 듣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에라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 남자들은 각자 먹던 과자, 땅콩 봉지들을 바닥에 떨어 뜨리며

"아아..... 저 ## 저럴 줄 알았어."라고 외쳤다.

우리는 그가 성기훈을 칼로 찌를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 평론가는 아니지만, 헐리웃 영화의 대부분은 이런 경우 울대형이 성기훈을 찌른다. 그리고  돌아서서 웃는다. 움핫핫핫핫

하지만 '오징어 게임' 은 확실히 헐리웃 영화와 달랐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여기서 확~ 반한 것 같다.


만약 나도 456명 중 한 사람이었다면 나는 몇 번째 라운드에서 탈락했을까.

아니다... 나는 어차피 딱지치기부터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번도 해본 적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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