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결해야지 뭐
Meat Slicer 이걸 샀다.
한국에 사는 친구에게 '이걸 샀다'라고 메시지와 함께 사진을 보냈더니
"아, 나도 사야 하는데 육절기."라고 말했다. 육절기라는 타이핑을 봤을 때 나는 꽤나 그 단어가 마음에 들었다. 뭐랄까 미트 슬라이서 보다 육! 절! 기!라고 말했을 때 느껴지는 강인함이랄까. 그런 힘이 느껴졌던 단어.
육절기.
올해 초. 신년 벽두에 바이든 정부는 치솟는 물가 중에서도 콕! 찝어 고깃값을 안정시키겠다며
사람들을 다독였다.
https://www.cnn.com/2022/01/04/business/meat-prices-inflation-biden/index.html
내 길지 않은 이민 생활에서 오는 체험과 느낌을 가지고 평가를 해본다 쳐도 이번 '고깃값 안정' 공약은 중요한 약속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고기가 이렇게 비쌌던 적은 내 길지 않은 이민 생활을 통틀어봐도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고기에 진심인 이 나라 사람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이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음? 이란 요망진 말을 했다는 앙뜨와네트.
그래, 케이크로 비교해보자.
맨해튼 레이디 엠 케이크를 한 덩어리 사 먹는 값으로 4 식구 두툼한 스테이크를 (고기를 사다가 집에 굽는 방식)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던 코로나 전. 적어도 1년 전. 그래, 그땐 그럴 수 있었다.
그런데 2021년 여름... 그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더니 내가 돈을 주고 구입하는 모~~~~~~든 것이
적게는 30, 많게는 100% 가격이 올랐다.
2022년 지금은 그때 그 케이크 가격으로 4 식구가 질 좋은 스테이크를 배부르게 먹지 못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2명은 먹고 2명은 먹을 수 없든지 아니면 지금껏 구입해 본 적도 없는 부위의 값싼 고기를 사서 이건 스테이크다 스테이크다 최면을 걸면서 먹으면 4 식구가 먹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바이든, 혹은 바이든 정부를 욕하는 것을 듣고 싶으면 코스코나 샘스클럽 같은 창고형 할인매장에 가서 정육 코너 앞으로 가면 쉽게 들을 수 있다. 주로 고기를 좋아하게 생긴 덩치 큰 아저씨들이나
연륜이 많아 그간의 데이터가 많이 쌓인 노인들이 입 밖으로 서슴지 않고 욕과 비난의 중간지점 수준의
말을 뱉는 것을 듣게 된다.
미친, 고깃값. 망할 정부!!
라든지
대공황 때도 고기가 이렇게 비싸진 않았구먼!
이런 이야기들을 나는 그런 곳에서 종종 듣는다.
그래서 샀다. 육절기. 미트 슬라이서.
요리하기 좋게 편안하게 고이 잘라 놓은 고깃값은 이따만한 덩어리 가격보다 언제나 훨씬 비싸다.
덩어리를 자르는데 드는 수고비가 포함되어 있고 포장비가 포함되어 더더욱 그렇다.
이젠 나도 값싸게 사서 내 노동을 곁들여 잘라 먹는 방법을 쓸 수 밖에.
스테이크만 고기 요리가 아니잖나.
우리는 불고기도 먹어야 하고, 샤브샤브용 고기도 필요하고, 대패 삼겹살도 먹어야 하고 수육도 먹어야 하고 이것도 먹어야 하고 저것도 먹어야 한다. 필요한 고기의 두께가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샀다. 육절기. 참으로 마음에 든다. 이 단어. 육절기.
이 기계로 내가 원하는 형식의 고기를 창출(?)해 내는데 성공을 한다면 3회 혹은 4회의 고기 구입만으로도
이 기계값 본전을 뽑을 수 있으리라.
사는 것이 팍팍하고 살아도 살아도 뭐가 계속되어 거기에 맞춰 해결할 뭔가를 이렇게 또 찾게 된다.
고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