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 들어본다 그런 말은
족저근막염
내가 앓기 시작한 '병' 이 정확히 이 병인지 아니면 다른 병인지 나는 알 수 없다.
병원에 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2년 오늘의 내가 이 나라에서 병원에 가려면 일단 나는 '그래, 이 고통과 아픔은 마땅히 병원으로 가서 의사에게 물어볼 정도의 아픔이야!'라고 판단이 내려져야만 한다. 그런 다음엔 당최 이러한 고통은 어느 의사에게 가서 물어봐야 하나 수많은 시간 고민과 리서치를 해야 하고 그러고 나서는 미국 의사에게 갈 것 인가 한국 의사에게 갈 것 인가를 결정한 뒤 구글링을 하고 각각의 클리닉에 전화를 걸어 내가 가지고 있는 보험을 받아 줄 거냐 아니냐를 두 번 , 세 번, 열 번을 묻고 확답을 받은 후 그래도 혹시 몰라 만약 현금으로 계산하면 얼마냐까지도 물어봐야만 한다.
그러고 나서 의사를 만나려면 아마 한 달 은 기다려야 의사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발바닥 통증은 그때쯤이면 다 나았을 수도 있다. 어쩌면 말이다.
내가 내 발바닥 통증을 '족저근막염'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린 것은 구글과 네이버와 한국에 사는 절친과 시누이와 유튜브의 정보들을 모두 종합한 결과이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발바닥 쏘옥 움푹 들어간 부분을 잘 받쳐주는 실내용 슬리퍼를 사서 집안에서 매일매일 신고 다녔다. 이 슬리퍼를 신었을 때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맨 발로 맨바닥을 디디기 어려운 나는 우선 변변한 운동화를 한 켤레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괜히 온라인에서 사려고 우물쭈물하다가 '에라, 관둬' 할 것 같아서 밖으로 나갔다.
꼭 한 켤레 사 오겠어.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며칠간 공부(?)를 한 결과에 의해 나 같은 증상을 가진 사람들이 신는 신발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직접 신어볼 수 있는 매장에 가서 3가지 브랜드의 신발을 한 켤레씩 신어 보기로 했다.
매장에 도착했고 점원이 도와줄 것 있냐고 상냥히 묻길래 여느 때와는 달리 나는 내가 오늘 매장에 온 목적을 설명했다.
점원은 내 설명을 듣자마자 신바람이 나서 나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하여 신발에 대해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했다. 이렇게까지 자세한 설명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먼저 내 발을 보고 싶다고 했다 - 엥??
발을 뭐 어떻게 보여달라는 것인가 3초 당황을 하고 있을 때 그는 그냥 편안히 바닥에 발을 내려놓아 보라고 했다. 카펫이 깔린 매장 바닥에 오른발을 내려놓았다.
무릎을 꿇고 머리를 기울여(왜 이렇게까지) 내 발을 관찰하던 그는
너는 무척 운동에 최적화된 발을 가졌구나 운동을 잘할 것 같은 발이로다!
저기요, 선생님. 그럴 리가 없어요.
3가지 브랜드의 운동화 3켤레를 신어본 후 그중 한 켤레를 구입하려고 큰 마음을 먹고 나왔던 나는
결국 신발을 사서 들어오지 못했다.
친절한 점원은 이것도 트라이해 봐. 저것도 좋아, 이건 진짜 최고야 하면서 내 옆에 신발 상자들로 탑을 쌓기 시작했고 내 마음은 점점점 더 불편해졌다.
나 좀 그냥 내버려 둬 줘.라고 말할 타이밍은 쉽사리 잡을 수 없었고 신발 상자 탑은 점점 높아졌다. 그리고 나는 구입의 의지를 잃었다. 하아.. 나란 인간.
3개 중 한 개를 고르려고 마음먹은 나에게 왜 열몇 개를 펼치는 것이냐. 친절한 그를 탓할 마음은 없다. 나는 왜 열몇 개 중에서는 고르지 못하는 인간이 된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할 뿐.
알지도 못했던 좋은 브랜드들을 당신 덕분에 알게 되어 나는 좀 더 공부를 하고 구입을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는 장황한 설명을 뒤로하고 쌩~ 매장을 빠져나오는 내 발걸음은 몇 년 전 다리를 다치기 전 불편한 자리를 후다닥 도망치던 그때의 속도를 따라잡은 것만큼 잽싸고 신속했다.
이 모든 게 운동을 잘할 것 같은 발 때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