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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Feb 28. 2022

바다 봐라

the water is wide

밤에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편지 쓰기.

물론 자고 일어나 아침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박박박 찢어버릴 거면 괜찮다.

밤에 쓴 편지는 아침에 무조건 박박박 찢겨 쓰레기통 행이다. 그러니 아예 쓰지 말자.

요즘은 연인에게 종이 편지를 쓰는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괜히 오밤중에 기분이 꿀꿀... 해져서 '자니?' 이런 메시지도 보내지 않아야 한다.

자면 어쩔 것이며 안 자면 어쩔 것이냐.


밤에. 운전을 할 때. 나는 오래된 노래 'the water is wide'를 틀지 않아야 한다. 나는 이 노래를 '서양 아리랑'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관절 아리랑과 이 노래 어디가 비슷하냐 물으면 명쾌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나는 여하튼 매번 그렇게 느낀다.

이 노래를 밤에 운전하다가 들으면 꼭 운다. 낮에는 괜찮다. 그러나 밤에는 운다. 펑펑 꺼이꺼이 우는 것은 아니고 눈물샘에서 눈물이 나오는 것을 느끼고 눈알에 눈물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눈을 깜박이면 또로로로 한줄기 흐를 정도로만 운다.

들을 땐 꼭 칼라 보노프 버전으로 듣는다. 왜냐하면 나는 이 노래 중간에 나오는(1분 58초부터) 아코디언 연주를 꼭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이 노래에서 아코디언 연주를 들으려고 이 노래를 듣는다.

https://youtu.be/7EfHZtCKJGY


아코디언 연주를 누가 했을까.

들으면 들을수록 묘하다.

연주한 번 참으로 잔망스럽다 싶다가도 주책스럽기 직전에 멈추고 다시 감정을 잡고 밋밋하다 싶을 때 무척 열정이 느껴지며 촌스러운가 싶다가 무척 세련되다. 여하튼 내 느낌은 그렇다.

열심히  아코디언 연주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곧바로 이어지는 가사에 언제나 은혜(?)를 받게 되는데

그 가사는 이렇다.

ther is a ship and she sails the sea

she's loaded deep as deep can be

but not as deep as love I'm in

I know not how

I sink or swim

어제도 밤 12시 넘어 고속도로를 달리며 이 노래를 듣다가 여지없이 같은 부분, 아이 씽크 올 스윔 부분에서 눈물을 또르르 흘렸다. 사는게 언제나 쉽지 않고 영원히 그럴거라 생각될때면 눈물이 또르르르 흐른다.


밤에 하지 말아야 하는 일 중 또 몇 가지는.

집안 걱정 - 연로하신 양가 부모님 어쩔

나라 걱정 - 우리나라 대선 어쩔

세계 걱정 - 우크라이나 사람들 어쩔

돌고 돌아 내 걱정 - 이번달 고지서, 융자, 이자, 카드값.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건가. 나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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