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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Mar 02. 2022

새싹이 불쌍해

새싹 비빔밥

잔멸치 볶음은 숟가락으로 푹푹 떠서 잘도 먹으면서
새싹 비빔밥에 올려진 새싹이 불쌍하다는 건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아?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그녀의 남편의 취향이라고 했다. 잔멸치 볶음은 잘 먹으면서 새싹은 불쌍하단다.

그렇다. 나도 그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새싹 비빔밥 위의 새싹들이 불쌍하다면 잔멸치도 엄청 불쌍하게 여겨야 마땅하다.

새싹이라야 딱딱하게 말랐던 씨앗들이 껍질을 깨고 나와 여린 싹이 된 것이고

잔멸치들은 본디 바닷속에서 펄펄 살아 헤엄치던 물고기였는데 멍 때리는 순간 그물에 들어가 펄펄 끓는 물에 데쳐지고 꼬들하게 말려져 탄생된 것이 아닌가. 누가 더 불쌍하냔 말이다.


나는 둘 다 불쌍하다.

새싹 비빔밥, 새싹 샐러드를 먹을 때마다 '아휴. 이 싹들이 다 자라서 식물이 되었으면 모종 수 백, 수 천 개가 되었을 텐데... 쯧쯧'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작아작 냠냠 잘도 먹는다.

멸치 볶음은 무조건 멸치 중에서 가장 작은 멸치로만 만든다. 어중간한 사이즈의 멸치 볶음은 웬만해선 먹지도, 요리하지도 않는다. 멸치의 눈이 오도도도 부각된 반찬 모양은 밥맛을 뚝 떨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참으로 별나다.


파스타 위에 마구 흩뿌리기 신공





자급자족의 시대라는 글에서 천명(푸핫!) 했듯 요즘 나는 창가에서 무언가 많이 키우고 있다.

절차가 복잡하고 번거롭고 손에 막 뭐가 묻고 이런 것들은 참 귀찮은 일이라서 아예 시도도 하지 않고

일단은 물만 주면 자라는 것들로 시작했다.

새싹 기르기, 콩나물 기르기(나의 애완 콩나물), 파뿌리 물에 담그기 등등

실은, 몇 년 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올해 처음 시작한 것은 아니다. 간단해서 좋다.


씨앗을 병에 넣고 물을 넣는다. 매일 물을 주고 물을 뺀다. 4일이면 수확. 먹는다.
애쓴다. 먹고 살겠다고.


이걸 먹으면 건강에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좋아야만 한다.

얘네들이 별 영양가가 없다면 내 정성과 수고가 아깝잖나. 

아,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 정신건강에는 꽤 도움이 된다. 이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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