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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Nov 30. 2018

다시 알래스카에 간다면 또 가볼 3곳

다시 갈 때까지 제발 망하지 말아요


1. 앵커리지에 있는 식당- Snow City Cafe

2. 호머에 있는 Inn- The Ocean Shores

3. 페어뱅크스에 있는 B&B(Bed & Breakfast)-Seven Gables Inn&Suites




한때는 알래스카에 가서 살아보면 어떨까 진지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정말.

원래 뭘 잘 모르면 더 용감한 법이라고. 괜히 우리 부부 둘이서만 죽이 척척 맞아 알래스카의 '알'자만 나와도

눈이 번쩍, 귀가 쫑긋해서져설랑 한동안 알래스카 정보를 수집하느라 열을 내던 적이 있었다.

주변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말 못 했고 가끔 아주 가끔 주변의 미국 친구들에게 슬쩍 알래스카에 가서 사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 백이면 구십 구 정도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일단 눈부터 똥그랗게 뜨고서.

알래스카? 아니 왜에~?

그만큼 알래스카라는 곳은 미국 국토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국인들에게도 생소하고 낯선 그런 곳인 듯싶다. 만약 내가 시애틀로 가고 싶다거나 달라스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면 적어도 저런 반응은 안 보였을 텐데.


어쨌거나 뭐. 지금 우리는 한창 알래스카에 푹 빠져 꿈과 환상을 헤매던 그 시절에서 많이 지나왔다. 실현 가능한가 불가능한가를 많이 따져보는 노련(?)한 중년이 되었고.

따라서  무모한 알래스카에 정착하기를 감행하지 않겠지만 언젠간 꼭! 다시 예전처럼 똑같은 루트로 9박 10일의 여행을 해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지난번 9박 10일 여정과 같이 10월 초에 가보고 싶다.

그리고 오늘 설명할 이 3곳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다시 가볼 것이다.


보통 알래스카는 관광객, 낚시광들이 6월에서 8월 사이에 많이 찾는 곳이다. 그때가 날씨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6월에서 8월 사이를 뺀 알래스카는 언제나 춥다. (링크:알래스카 방문하기 가장 좋은 때) 
9월이 되면 대부분의 상점, 크루즈, 고깃배, 여행사, 숙박업소 등이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다. 분명 구글맵에서는 영업 중이라고 나오는데도 막상 가보면 장사를 하지 않고 심지어 출입문과 창문에 X자로 판자를 대고 못을 쳐놓은 곳도 많다.


내가 오늘 이 글에서 소개할 3곳은 2018년 11월 현재 장사를 잘하고 있는 곳이다. 겨울에도 여름에도 장사를 한다. 어느 계절에 찾아가도 당황하지 않을 거다.




일단 지도를 보자. 노란 별 3개로 표시해 보았다.

이렇게 넓습니다. 한반도의 7배

이 세 개의 별 중에서 가운데 별- 앵커리지에 있는 별-은 식당/카페다. Snow City Cafe

맨 아래와 맨 위쪽 별은 숙소다. 맨 아래쪽 별은 The Ocean shores Inn이고

맨 위쪽 별은 Seven Gables  B&B(Bed and Breakfast)이다.

맨 아래에서 맨 위쪽까지의 거리는 이렇다.

575 mi 을 바꿔보면  925.3728 km




1. Anchorage- Snow City Cafe


알래스카에 도착하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거의 모두들 앵커리지 공항에 내리게 되어있다. 내가 알기론 페어뱅스에 가려는 사람들도 일단은 앵커리지에 내렸다가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으로 안다.

앵커리지 공항에 내리면 일단 겨울엔 예상했던 것만큼 춥지 않다는 사실에 살짝 놀라고 여름엔 생각했던 것보다 덥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물론 공항청사 내부의 기온이 그렇다는 거다. 밖은 상황이 다르다.

앵커리지 다운타운 안에 있는 이 카페는 식당 이름에 카페라고 되어 있어서 혹시 주린 배를 채우기엔 부족한 식당일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다.

꽤 다양한 메뉴가 있고 양도 넉넉한 편이다. 맛도 좋다. 손님도 많다. 인터넷도 잘된다. 구석구석 충전을 할 수 있는 아웃렛들이 넉넉하게 있는 편이다.

관광객들이 다 빠져나간 10월의 알래스카, 앵커리지 다운타운에서 아침 7시에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을 찾기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쉬운 일도 아니다.

우리는 문 여는 시간을 잘 모르고 7시 전에 도착해서 맞은편에 주차를 하고 차 안에서 좀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우리처럼 일찍 와서 문 밖에서 덜덜 떨고 있는 관광객들이 좀 있었다.

키쉬(quiche)와 클램 차우더 그리고 커피가 맛있는 집


가게로 들어가는 문 손잡이가 허기를 극대화시킴


2. Homer- The Ocean Shores Inn


요즘 중년 아저씨들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이라는 '도시 어부'에서 여기 '호머' 가 나오는 것을 봤을 때 무척 반가웠다. 호머는 배를 타고 나가는 낚시꾼들의 천국이다. 물론 해안에서 낚시하는 사람들도 많고.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잘 곳, 숙소다. 우리는 여기서 딱 하룻밤을 잤는데 만약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적어도 이틀은 묵고 싶다.

참, 반드시 보름달이 뜨는 밤에 가고 싶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이곳은 비싸고 럭셔리한 숙소는 결코 아니다. 오래되고 좀 쾌쾌한 기분도 들긴 하지만 더럽거나 불쾌하진 않다.

그러나 일단 숙박료가 저렴하고 무엇보다도 위치가 좋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 가격에.

참, 아침도 간단히 먹을 수 있다. 숙박료에 포함이다.

허름한 발코니지만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은 아름다웠지

우리는 보름달이 뜬 밤에 여기에 묵었다.

정신없이 자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내 눈에 아주 밝은 플래시를 들이댄 것 같았다. 눈을 찡그리며 '아, 하지 마' 그랬는데도 멈추지 않고 눈에 환한 불빛을 비췄다. ' 아, 누구야. 왜 잠을 안 자고 불을 비춰?' 하며 벌떡 일어났는데 내 눈에 불을 비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이도 자고 있고 남편도 자고 있고. 어? 이게 무슨 일이지.

방안을 휘휘 살피고 주변을 둘러보다 발견했다.

보름달이 저 바다 위를 비추고 수면에서 반사된 달빛이 우리 방 발코니로 꺾어져 들어와 벽에 있던 거울에 굴절되고 내 침대 위로 달빛이 들어왔다는 것을. 황급히 남편을 깨웠다. '이것 좀 봐봐'

보름달이 뜨는 밤 꼭 다시 저 방을 빌려 저기서 잠을 자고 싶다.

날이 밝자 아이와 남편이 한참동안 해변을 산책했다. 발코니 앞쪽이 바로 해안이라 해안을 산책하다가 숙소로 돌아오기가 쉽다.


3. Fairbanks- Seven Gables Inn& Suites (B&B)


제발 여기가 앞으로도 50년 동안 또는 그보다 더 오래도록 망하지 않기를 바래본다. 미래에 손자, 손녀가 생긴다면 그 애들을 데리고 또 가보고 싶다.

페어뱅크스에 아무 연고도 없이, 계획도 없이, 잡아놓은 숙소도 없이 밤 10시에 도착한 우리는 절박했다. 바깥이 너무 추웠기 때문에 일단 숙소를 잡아야 했는데 관광시즌이 다 끝난 페어뱅크스는 장사를 하고 있는 호텔이 별로 없었다. 미친 듯이 관광 안내 책자에 나와있는 거의 모든 숙박업소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고 여기 주인아저씨가 빈 방이 있다고 해서 천신만고 끝에 찾아갔다. 겨우 열쇠를 받아 방으로 들어온 시간이 거의 밤 12시.


레인보우방. 퀸침대 하나와 싱글 하나


이곳은 B&B-Bed&Breakfas 형식의 숙소였다. 일반적인 호텔에 비해 아침 식사를 '가정식' 스럽게 준비해서 제공한다는 뜻이다. 별로 기대하진 않았다. 우리는 어차피 관광시즌이 다 지나고 온 이상한 손님이었기 때문에 아침에 시리얼이나 빵, 커피와 우유 정도만 줘도 불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우리가 먹은 아침은


이런 아침밥이 공짜


이랬다. 사진에 안 나온 것도 좀 더 있었다. 이런 아침밥이 숙박 요금에 포함. 주인아줌마 너무 친절 상냥.

아침밥 시간은 정해져 있었는데 만약 그 시간보다 일찍 관광을 나가는 손님들에게는 그 전날 미리 주인에게

몇 시에 나갈 건지 알려주면 그들이 먹을 아침을 도시락으로 준비해 준다고 했다. 이.럴.수.가

요일마다 제공되는 음식도 테마가 있고 그랬다.

우리는 여기서 이틀을 묵었는데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주인아줌마와 꽤 친해졌다. 숙박하는 도중 일요일이 끼어 있어서 이 아줌마가 다니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다.

당시 우리의 주요 관심사는 '어디에 가면 오로라를 볼 수 있는가'였고 주인 부부는 친절하게 동쪽으로 가라~ 혹은 서쪽으로 가라~ 하며 많은 정보를 알려 주었다.




겨우 3곳뿐이겠는가. 알래스카에서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자연경관이나 멋진 관광 명소는 아예 제외했다)

당장 30, 60개의 장소를 줄줄이 말할 수 있지만 딱 3곳만 추리고 추려보니 저렇게 뽑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넉넉한 돈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가족이 아니라 우리 수준에서 뽑아 보니 저런 장소들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월마트 주차장에서 노숙도 잘하고 햇반과 구운 김으로 한 끼 정도는 때운다.(눈물 좀 닦자)


돈이 많고 여유가 많다면 누리고 경험할 더 기가 막힌 장소들이 분명 알래스카에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에 만약에 우리가 혹시 나중에 부~~ 자가 되어 알래스카를 다시 여행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우리는 저 3곳은 꼭 다시 가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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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유하영
포기와 단념이 신속한 편. 그러나 온가족이 나서서 말리던 첫사랑과 결혼했음. 육아일기를 16년째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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