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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Dec 15. 2018

출근길 뉴욕 지하철의 마녀

여자 변호사 마녀


아우~ 저 여자 진짜 호러무비에 나오는 주인공 같네




https://abc7ny.com/woman-charged-in-apparent-violent-racist-tirade-on-d-train/4891980/

        (warning! 심한 욕이 너무 자주 크게 나오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살피고 볼륨을 낮추시오)


오늘 이 기사를 읽었다.

며칠 전 12월 12일 아침 8시 30분쯤 브루클린에서 업타운으로 가는 D 호선에서 일어난 일.

어떤 백인 여자가 (40세. 러시안계. 현재 변호사) 중국 여자로 추정되는 어린 아가씨에게

욕하고, 발길질하고, 우산으로 때리고, 열쇠뭉치를 휘두르고, 칭키(chinky)라고 말하고, 말리는 사람에게 가래침을 뱉고, 손가락으로 욕하고, '저리 가 꺼져. 이 무함마드 아타야 (9/11 테러범 이름)'라고 다른 나라 사람까지 욕하는 등 단시간 내에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별별 추태와 악행을 다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인종의 멜팅팟이라는 뉴욕에서 일어날 수 있는가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무심하게 대답해 줄 것이다. 나의 짧은 11년 미국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이렇게.

여긴 뉴욕이니까요



 

내가 맨해튼 안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땐 주로 1,2,3번과 A, C, E를 이용한다.

24시간 운영되는 뉴욕 지하철을 (늦은 밤-이른 새벽에는 배차 간격이 넓음) 가장 이른 시간에 이용해 본 것은

새벽... 6:20 정도이고 가장 늦은 시간에 이용해 본 것은 밤... 11:40 정도 되는 시간이었다.

새벽 6:20분도 무섭고 밤 11:40분도 무섭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무서운 곳. 뉴욕 지하철.

이루 말할 수 없이 더러운 곳. 뉴욕 지하철.

그렇다면 그렇게 무서운 뉴욕 지하철을 왜 타는가? 그걸 꼭 타야만 하니까

그렇게 더럽다면서 왜 뉴욕 지하철을 타는가? 그래도 그게 제일 좋은 수단이니까

누군가 지하철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저런 질문을 하면 나 같은 사람이나 대답해주지 대부분은 '멍청아 꺼져'라고 속으로 말하고 경보를 하듯 빠른 걸음으로 쌩하니 지나칠 것이다.


https://youtu.be/9 wY7 u3 bVnDs

뉴욕 시민권(?)을 위한 퀴즈. 지하철 관련 이야기도 나옴.
4:20초쯤으로 가면 질문자가 이런 퀴즈를 낸다.
만약 붐비는 지하철에 단 한자리가 비어 있다면....? 질문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코난이 재빨리 대답한다.
그건 홈리스 아저씨가 '쉬' 한 자리야.

나는 저 대답이 놀랍지 않다. 그리고 그다지 웃기지도 않다. 왜냐하면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광경이라 그렇다.

어쩌면 하루에 두 번도 볼 수 있고 세 번도 볼 수 있다. 내가 갈아타는 지하철마다, 내가 들어간 칸마다 볼 수 있는 광경이니까 말이다. 어느 날엔 홈리스의 '쉬'가 뭍은 빈 좌석 대신 홈리스가 열차 3분의 1을 전세 낸 듯 그 안에서 밥 먹고 노래하고 잠자고 술주정하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밤에도 볼 수 있고 낮에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지하철을 타는가. 거듭 말하지만 그 이유는 진짜로. 진짜로.

그걸 꼭 타야만 하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렇다.




봉변을 당한 아시안계 여자는 고작 24살이라고 한다.

생각을 해봤다. 내가 이 봉변을 똑같이 당했다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1. 나는 어떻게 해서든 그 여자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몸을 피했을 것이다. 다른 칸으로 가던가 다음 정류장에 내리던가.

2. 주변의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을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 중국 남자들이 좀 나서서 말려 주는 것 같다. 하지만 한국 남자들은 나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

3. 우산으로 때리고 열쇠 뭉치로 나를 공격할 때 저 젊은 여자처럼 발을 뻗어 막거나 하지도 못하고 당했을 것 같다. 헬프미 소리도 모기 목소리만 하게 냈을 것 같다.

아............... 절망적이다. 진짜로 나는 그랬을 것 같다.

올해 초 나도 지하철 역에서 죽을 뻔 하다가 살아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냥 보통때처럼 월 정기권을 이용해서 개찰구를 지나고 내가 탈 열차가 들어오는 플랫폼으로 내려가

내가 매일 서서 열차를 기다리는 곳으로 천천히 걷는 중이었다.

그때 저 앞에서 고등학생으로 추정되는 여자애들 3명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깔깔 낄낄 떠들면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3명 다 몸집이 어마어마하고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껄렁거리는 폼이 예사롭지 않아서 나는 본능적으로 그 애들을 좀 멀찍이 피해서 걸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 때,

그 애들 중 한명과 내가 부딛쳤다. (그 애들이 나를 밀었다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그게 사실이라해도)

나는 거의 붕~ 날아 플랫폼 가장자리까지 밀려나면서 몸의 중심을 잃었다.

만화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슬랩스틱 코미디언들이 하는 몸짓처럼 두 팔을 앞으로 파닥파닥 뒤로 파닥파닥 하면서 간신히 균형을 잡아 선로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면했다.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낄낄거리며 나를 지나쳐가는 그 애들의 뒷모습에 뭐라고 한마디 하긴 해야겠는데

너무 놀라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바로 그때 내 뒤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그 애들을 향해 걸쭉하게 한마디 하셨다.

앞 좀 똑바로 보고 다녀 이 정신나간 X들아!      그나저나 너 괜찮아?

그게 다였다. 그게 끝이었다.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왔고. 선로에 떨어졌으면 죽었겠구나 생각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저께 해프닝을 벌인 저 악마 같은 여자는 승객들의 도움으로 경찰에 잡혀 갔다고 한다. 죗값을 톡톡히 받았으면 좋겠다. 변호사라고 하던데 앞으로는 그 직업으로 밥을 벌어먹지 못하게 되면 좋겠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깨닫고 사는 동안 이일을 내내 후회하며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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