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낡은 로케트'- 세상에 이렇게 슬픈 노래가 있나
며칠 전. 깊은 밤에.
나는 운전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옆자리에서 자고 있었다.
불과 5년 전쯤만 해도 남편은 나에게 밤에 핸들을 맡기지 않았다. 정말 견딜 수 없을 만큼 졸릴 때 아주 잠깐만 눈을 붙이려고 운전을 시킬(?) 때도 있었지만 조수석에 앉은 지 5분도 되지 않아 '아,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 하며 다시 나와 자리를 바꾸자고 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 같이 산 시간이 많아져 이젠 내가 운전하는 차에서도 마음을 놓고 잘 수 있을 만큼 나를 믿게 된 건지 내 20년 훌쩍 넘는 운전 경력이 이제야 빛을 발하게 된 건지 아니면 남편이 늙어가고 있다는 증거인지 잘 모르겠다.
'아 불안해서 잠이 안 온다'라고 말하며 운전대를 빼앗던 젊은 남편은 이젠 그의 '지치고 피곤한 눈꺼풀'이 그의 '불안'을 이길 만큼 늙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규정 속도가 65마일(약 104킬로미터)인 도로였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75마일(약 120킬로미터) 이상으로 달리고 있었다. 야간+초행길이라서 나는 과속은 하고 싶지 않았다.
고속도로였지만, 다들 쌩쌩 달리는 중이었지만 시골길 양옆을 따라 반딧불이 한창 피어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7월 중순 여름밤이었다.
"세상에. 저것 좀 봐"
자고 있던 남편을 깨우려던 건 아니고 그냥 혼잣말 같은 거였는데 남편이 눈을 뜨고 의자를 세워 몸을 일으켰다.
남편이 또 잠이 들기 전에 얼른 부탁을 하나 했다.
할머니와 낡은 로켓트라는 노래 좀 찾아서 틀어줘요.
내 폰엔 구글맵이 걸려있어서.
남편은 내가 찾아 달라는 노래의 제목을 한 번에 알아듣지도 못했다. "뭐? 할머니와 뭐?"
하긴 나도 이 노래의 제목 조합은 참으로 기괴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할머니와 '낡은 조각보'라든가 '낡은 고무신' 혹은 '낡은.... 낡은.... 목도리' 이런 단어가 어울리지 갑자기 툭 튀어나온 '낡은 로케트'
허허. 로케트라니.
아무튼 두 번인가 세 번 더 제목을 또박또박 말해주고 난 뒤에야 남편은 유튜브에서 노래를 찾아 차 오디오에 연결을 해 주었다. 그리고 예상대로 다시 옆에 앉아 꼬박꼬박 졸기 시작했다.
어린 여자애(feat. 이진아) 목소리로 부르는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 같은 거였다. 이 노래는.
듣는 사람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가사 해석이 나올 수 있겠지만 내가 느낀 이 노래는 그랬다.
누군가(할머니) 나름 뿌듯하고 충만하게 살다가 가야 할 원래 고향으로 돌아가는 거구나 그런데 남아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 그렇지만 끝까지 밝고 산뜻하고 또한 충만하게 떠나야지.
제목에 등장하는 '할머니'를 대변하는 목소리에 '이진아'를 보컬로 사용한 것도
이렇게 슬픈 가사에(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이렇게 발랄하고 깨끗하고 맑게 작곡을 붙인 것도
이 모든 것이 다 합쳐져서 '진짜 슬픈 노래'로 만들어주고 있었다.
뭐야, 울어? 지금 우는거야? 왜울어?
눈을 깜빡하면 한방울 또르륵 흘러 내릴 것 같았던 눈안의 눈물은 눈알을 빠르게 굴려서 증발 시키고
입술을 꼭 깨물어서 새로 생성되는 눈물을 막으며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코가 찡해지다가 맹맹해지고
훌쩍~ 한번 들이 마셔야 할 것 같은 콧물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안들리게 조심조심 살짝 훌쩍~ 했는데
옆에서 쿨쿨 자는 줄 알았던 남편이 그 작은 소리에 벌떡깨서 지금 우는 거냐고 호들갑을 떨었다.
울긴. 그냥 노래가 겁나 슬프네. 뭐 이렇게 슬프냐 노래가
울었네 울었어
안울었어
울었네 울었어
안 울었거든요
도대체 이 노래의 어느 부분이 슬프다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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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에 나 죽은 다음에 오늘을 곰곰히 생각해보면 무척 슬플거여요
나는 너의 죽음을 보지 않아. 내가 먼저 죽을거거든
정말로 고마워 널 만날 수 있던 것
이별 이렇게 힘들 줄 처음엔 결코 몰랐어
먼 훗날 언젠가 깊은 밤하늘 높이
반짝이는 별빛 하나 그때 꼭 날 기억해줘
아름답게 빛나고 있어
여기 우리들의 이야기
아주 긴 시간 긴 이야기들을 했는데
눈 깜짝할 만큼 짧은 순간 같았어
소중했던 하루하루 함께 쌓은 추억들
어느새 하얀 머리
우리 늘 듣던 포크록 밴드 테잎을 틀게
아주 멋지게 마지막으로 춤을 출 거야
알고 있니 나는 사실 우주에서 온 소녀
늘 무표정한 이상한 아이를 이토록 긴 세월 좋아해 줘서 고마워
정말로 미안해 그런 널 두고 떠나네
아무런 말도 못 한 채 시간이 훌쩍 흘렀어
하루 또 하루 또 점점 미뤄왔던 날
어느새 돌이키기엔 너무도 깊어진 마음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그저 너를 꼭 안아줄게
깊은 숲 속 덤불 속에 빛바랜 낡은 로켓
온 우주에서 쏟아지는 별빛
시작해버린 카운트다운
아아 다시는 볼 수 없어 너와 나
정말로 고마워 널 만날 수 있던 것
이별 이렇게 힘들 줄 그때는 결코 몰랐어
먼 훗날 언젠가 깊은 밤하늘 높이
반짝이는 별빛 하나 그때 꼭 날 기억해줘
따뜻한 별빛이 흘러
이게 눈물인가 봐
안녕 아디오스 my love!
[출처] [페퍼톤스-할머니와 낡은 로케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