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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Feb 10. 2020

정말 그 둘은 행복하게 잘 살았을까

왕자님과 공주님

물론 동화책 맨 마지막 장, 맨 마지막 줄은 그렇게 쓰여 있었다. 맨날맨날.

그래서~ 왕자님과 공주님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자알~ 살았대요

하지만.

나는 솔직히 믿을 수 없었다. 어떤 책에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대요’ 이렇게도 씌여 있어서

엄마한테 ‘어떻게 영원히 살아. 나중엔 죽었겠지’ 라고 말했다가 어린애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타박도 들었다  

나는 이런 결말을 6살 때도 믿을 수 없었고 7살 때도 믿을 수 없었고

이젠 거의 반백살인데 안 믿는다.


공주님의 입장


몇 백 년간의 잠에서 깨어나 보니 어떤 어린 남자애가 (자칭 어느 나라의 왕자라고 그러긴 하는데 그 나라 어딘지 나는 모름) 나에게 키스하고 내가 마녀에게 잡혀있다고 그러고 어서 빨리 탈출해야 한다면서

성 밖을 지키는 용이랑 싸우고 찌르고 다치고 피나고 한바탕 난리 법석.

정신사나워 기절할 지경.

악의 세력들을 다 물리치고 평온을 되찾은 뒤엔 자기가 타고 온 말을 타고 자기네 나라로 같이 가자고 하는데 이대로 따라가는게 맞는 건지 아닌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음.

솔직히 몇 백년 동안 세상이 바뀌어서 그런가 자칭 왕자라는 저자가 하는 말을 반의 반도 못알아 듣겠음.

모든것이 혼란함

마녀의 저주에 걸린 것 보다 더 나쁜 상황이 오는 건 아닌가 걱정이 태산이다.



왕자님의 입장


모든 것이 특이하고 특별해서 첫눈에 홀딱 반한 것이 사실.

이제껏 내 주변에 있던 여느 공주들과는 달리 말하는 것도 특이하고 옷차림도 특이하고(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주 등등) 다듬어지지 않고 생생한 그대로의 몸짓과 말투와 행동이 내 마음을 사로 잡았음 (신데렐라, 콩쥐등등)

목숨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죽을힘을 다해 용도 물리치고 악당도 소탕하고 하물며 바닷속에서 초대형 문어까지 물리치고 공주의 마음을 얻어 바야흐로 아버지왕, 엄마 왕비 계신 고향 나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여기까진 좋았는데.

이런 저런 대화를 찬찬히 나누면 나눌수록 자꾸만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하고

몇 백년 전 말투가 너무 갑갑하게 들리고 꽉 막힌 기분에 가슴이 답답.

무엇보다도

만약 우리 엄마 왕비님이 너무너무 싫어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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