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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Jan 01. 2020

오늘과 내일이 그리 다른 날인가

12월 31일과 1월 1일

아직 여기는 작년이다. 12월 31일 밤.

지구 상의 어떤 곳은 벌써 내년이 되어 아침을 맞이하고 한낮이 되어가는 시간이다.

여기는 아침부터 맨해튼 타임스 스퀘어를 생중계하느라 호들갑이었고

잠시 후엔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있을 거라고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타임스 스퀘어 공연을 지켜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제의 내일이 오늘이고

내일의 어제는 오늘인데

보통의 어제 오늘 내일이 12월 31일이 되면 특별한 어제 오늘 내일로 둔갑을 하는 듯 세상이 온통 호들갑이다.

요즘이야 그저 오늘이 어제 같고 그날이 그저 그날 같은 지루~한 나날들에 익숙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소싯적(?)엔 연말이 되면 기분도 좀 붕~ 뜨고 새해가 되기 전에 다이어리도 새로 사는 등의 일을 하며

나름 흥겹게 지냈던 것 같은데.

지금은

12월 31일이라도 특별한 '흥'이 별로 없고

1월 1일이라서 새롭게 솟아나는 '흥'도 별로 없다.

어릴땐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는데도, 아직 살아보지 않은 새로운 한 해가 이제 막 시작되었다는데도

무표정하고 '흥'이라는 것이 엿보이지 않는 어른들의 얼굴을 보며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신기했었다.

그런데 그때 내가 봤던 어른들의 얼굴이 지금의 내 모습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나만 이런 건가 나와 비슷한 동년배의 다른 이들도 나와 비슷한가 알고 싶어 진다.

흑흑.




잠시 후 곧 내일이 되어 내년이 되면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좀 당황할 것이다.

그냥 몇 초, 몇 분을 사이에 두고 올해와 내년이 되는 이 순간이, 이 두 날- 12월 31일/ 1월 1일- 이 당황된다.

내일(1월 1일)이 되면

다음 날인 내일(1월 2일) 할 일, 내일(1월 2일) 출근할 걱정, 내일(1월 2일) 등교할 걱정 등등을 하느라

내일(1월 1일)의 어제였던 오늘(12월 31일)은 기억도 안 날 것이다.

기억 속으로 곧 사라질 오늘, 2019년 12월 31일을 잘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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