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밤 Dec 17. 2019

왜 굳이 퀘벡(Vieux- Quebec)이었을까

철 지난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남들 다 열광할 땐 정작 무엇을 하다가 몇 년이 지난 이 시점에. 왜! 왜! 이 드라마에 홀딱 마음을 빼앗겼는지. 에구구.

이 드라마가 유행을 했던 것은 2016년 겨울이었다고 한다.

아... 2016년.... 그 당시 나는 한국 드라마 시청은커녕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버틸 때였다.

아무튼 지간에

3년이 지난 이 시점에 나와 남편은 한국이 아닌 이곳에서 드라마 '도깨비'를 저녁밥을 앞에 두고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야금야금 감상하기 시작했고 열흘쯤 전에 마지막 회까지 끝냈다.




우리는 둘 다 같은 생각을 했다.

왜 하필이면 올드 퀘벡이었을까? 세상엔 이상하고 아름답고 신기한 나라, 도시들이 많을 텐데 왜 굳이 올드 퀘벡일까? 나는 정말 궁금했다.

혹시 서울을 뚫고 지구 반대편으로 나가면 올드 퀘벡이 나오나 싶어서 이런 사이트에 가서 알아보기도 했다.

서울에서 지구를 관통하면

아쉽게도 우루과이 어느 해변이 나온다고 한다. 뭐, 드라마에 우루과이 해변이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그래서 또 생각을 해봤다.

드라마 제작에 캐나다 관광청이 광고주가 된 건가? 만약 그랬다면 캐나다 퀘벡주에서 수입이 짭짤했겠구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서글퍼졌다. 드라마 내용에 푹 빠지지 못하고 곁다리적인 요소에 골몰하는

중년 여인의 '메마른 감성'이 너무 '후지게' 느껴졌다.




2017년 11월. 드라마가 끝난 지 1년이 지난 후.

차를 가지고 이미 눈으로 덮여 휑휑한 미국/캐나다 국경을 넘어 올드 퀘벡에 가본 적이 있다.

드라마로 인해 유명했던 관광지가 더 유명해진 줄도 모른 채 떠난 여행이었다.

황금 우체통이 로비에 있는 그런 호텔에서 묵을 생각 같은 건 애초에 하지도 않는 우리는

관광객들이 북적이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에(정말 시민들이 사는 동네) airbnb를 통해 숙소를 잡았다.

어느 가정집 반지하 방이었다. 주차를 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해서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그런 반지하. 그 정도 반지하.

엄밀히 말해서 '반' 지하가 아니고 5분의 3 정도는 지하이고 나머지 2 부분은 지면이 보이는. 5분의 3 지하.

바닥이 냉골이었지만 벽난로는 맘껏 때라고 하더라


퀘벡에서는 공식적으로 불어와 영어를 사용한다고는 하지만 불어가 훨씬 훨씬 더 많이 들리고 사용되고 있었다.  

에어비앤비 집주인도 불어를 했다. 우리는 꿋꿋이 영어를 했다. 그러면 집주인은 꿋꿋이 불어로 대답했다. 그래도 별 문제가 없었다. 신기했다.

어디를 가나 누구를 만나든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불어로 인사하고 불어로 말을 걸고 불어로 주문을 받는다.

봉쥬르/메르시보꾸/트레비앙 밖에 모르는 나같은 사람은 당황하지 말고 영어 메뉴판/영어 안내판을 달라고 하면 된다.


멋진 도시 전경과 성을 찍기 위해 모두들 숨을 헉헉대며 해변쪽 진지로 올라간다.

성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엔 모두들 힘들게 올라왔던 언덕을 서둘러 내려가서 예쁜 관광거리로 몰려가지만 올라왔던 언덕쪽에도 구경할 것들이 많다.

특히 관광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늦은 밤에 가보면 정말로 900살 먹은 도깨비가 나올 것 같이

칠흙같은 어둠속에 괴괴~하게 우뚝 서 있는 철문이라든가 컴컴한 참호들이 곳곳에 보이고

나선형으로 돌돌 말려진 길 가운데서 어디가 나가는 쪽이고 어디가 들어오는 쪽인지 헷갈리다보면

진짜 좀 으스스하다. 혼자일 땐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올드 퀘벡 어딜 가나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지만 특히 여기.


오른쪽 베이지 벽에 빨간 문. 무심히 지나치기.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영문을 모르는 우리는 왜 사람들이 다들 이 벽에 철썩 달라붙어

사진을 찍고 난리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 중 누군가 이런 말도 했던 것 같다.

이 건물이 역사적으로 유명한 건물인가?
무척 중요한 유적인가봐!


아마 저때 우리도 드라마를 보고 이 벽과 빨간 문이 뭔지 알았더라면 사진 찍으려고 줄을 서 있던 수십 명을 기다려서라도

차례를 받아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사진을 찍었을지도 모르겠다.



    


900살 넘은 도깨비가 울적한 마음을 달래는 곳.

올드 퀘벡.

음.. 최근 시청을 끝낸 드라마의 여운에 예전 사진까지 들여다보며 감성을 끌어 올리다보니

이글을 처음 시작할때 굳이 퀘벡이 아니라 '우루과이 해변 어디도 괜찮'이라고 했던 말을 취소하고 싶어진다.


작가의 이전글 손톱이 참 예쁘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