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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Jan 11. 2020

이것은 진정한 바나나 우유가
아니야

커피 우유, 너도 마찬가지야


예전을 생각하면 배가 불러서 이런 소리를 지껄이는지도 모르겠다. 

그나마 내가 지금 5분만 운전하면 콩나물도 살 수 있고 족발집도 있고 분식점도 있는 동네에 살고 있어서

이런 고오급 희귀(?) 우유도 손에 척척 넣을 수 있는 것이지

콩나물 한 봉지 사려면 한 시간을 달리거나 한국 맛 나는 한국 음식을 먹으려면 아예 4시간쯤 달리고 달려 다른 주로 넘어가야 했던 시절을 잠깐이라도 떠올린다면 이런 불평은 하지 않아야겠지.

바나나 우유, 커피 우유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어디냐!


포장지엔 나온, 바로 그것, 삼각형으로 된 걸 먹고 싶다고. 나는.

바나나맛 우유는 보통맛 우유보다 조금 더 가격이 비싸서 엄마가 잘 안 사줬고

커피 우유는 커피가 들어 있어서 어린애는 마실 수 없다며 엄마가 안 사줬었다.

그래서 어린 마음에 

이다음에 크면 돈 많이 벌어서 내가 먹고 싶은 거 다 사 먹어야지

그랬는데.

이젠 어른이 되었는데. 사 먹을 수 있는데. 커피도 마실 수 있는데.

저렇게 맹맹~하게 생긴 포장지에 넣어져서 아무리 쪽쪽쪽 빨아먹어도 당최 '기분이' 나질 않는다

바나나 우유와 커피 우유는 반드시 저.렇.게 생겨야만 하는 것이다.

언젠간 먹고 말 거야


그냥. 문득. 이런 사소한 것에서.

내가 '국내'에 있지 않고, 뭔가 동떨어진 곳에서, 동떨어진 '짓'을 하며 살고 있는 것 같은 야릇한

서글픔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렇게 원조와 동떨어지게 생긴 포장지에 든 우유를 쪽쪽 빨아 마시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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