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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Jan 24. 2020

구정, 설날, 음력

어렵다 

엄마의 생신을 잊었다.

며칠 전 저녁을 먹고 비스듬히 누웠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한창 일할 시간인 서울 사는 오빠에게 

엄마 생신이 언제지

라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지난주였어

라는 답장을 받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

내가 아는 한, 지구 상에 존재하는, 내가 챙겨야 하는 사람  중에서 음력 생일을 사용하는 사람은 우리 엄마밖에 없다. 이건 정말 어렵고 따분한 거다. 음력.




구정. 

옛날엔 다들 구정, 구정 그렇게 불렀었는데 언젠가부터 뭐래더라 '민속의 날' 이런 식으로 바꾸더니 

지금은 '설날'로 통일된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설날'은 해가 바뀌는 1월 1일이다.

음력으로 따지고 셈하는 이 음력 '설날'은 적어도 나에겐 아~~ 무 감흥이 없다. 전혀 설날스럽지 않다.

Lunar New Year.

어쩐지 며칠 전부터 마켓에 중국 사람들이 넘쳐나고 쇼핑카트에 한가득 장을 보고 법석을 떨더라니.

다들 무슨 일이라도 있나? 눈폭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나? 싶어서 괜히 일기예보 앱만 들여다봤었다.


조상님(?)께 진상할 음식도 만들어 본 적 없고 하물며 이젠 국내에서 빠져나가 멀찍이 해외에서 살며 

지지고 볶고 차리고 먹고 치우고 반복의 명절 구렁텅이에서 해방된 나 같은 여자는

그냥 조용히 입도 다물고 메시지 보내는 손가락도 절제하며 있는 듯 없는 듯 평소대로 살면 된다.


한국 마트에 가서 풀@원 떡국용 떡을 한 봉지 사고

비비@ 만두 한팩을 사서

계란 지단이나 올려 한 그릇 뚝딱 먹고 치워야겠다. 이번 구정. 아니,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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