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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Mar 21. 2020

Shelter in Place와 '위리안치'

2020년에 유배 생황을 하게 될 줄이야

몇 년 전에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사극.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남)

극 중에서 무한 권세를 누리던 간사한 늙은 대감이 그간의 계략이 들통나서 귀양을 가는데

왕이 근엄한 목소리로 "그 자를 '위리안치' 하고~ 어쩌구 저쩌구" 그러는 대사를 들었다.

나름 남들만큼 배웠고 나름 고급 어휘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나와 남편은

그 '위리안치'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위리안치가 뭐야?

라고 동시에 말했다. 우리는 둘 다 그 단어의 뜻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되었다  민망 뻘쭘  

그래서 동시에 셀폰을 들고 검색을 해봤다.

위리안치란 중죄인에 대한 유배형 중의 하나인데 죄인이 배소에서 달아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집 울타리를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로 빙~ 둘러쳐놓는 것에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근데 가시나무로 울타리 좀 둘렀다고 도망을 못 가냐? 풋!)




중국을 비웃고

한국을 무시하던 미국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아니다 불똥 정도가 아니라 활활 타는 통나무가 휙휙 날아다니는 형국이다.

서부에서 확진자가 늘어날 때만 해도 동부에서는 콧방귀를 뀌었었다. 설마 뭔 일이야 나겠냐는 분위기.

내가 퓨렐(손세정제 브랜드) 냄새를 예배시간, 예배당에서 감지한 때가 작년 11월 중순이었고

중국인들이 마트에서 마스크를 싹쓸이하던 것이 1월.

그것에 불안감을 느낀 내가 소심한 정도로 - 내가 쓸 만큼만-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구하려

오프라인과 아마존을 기웃거린 것이 2월.

3월 중순이 된 지금 나는 이 나라 주정부로부터 '위리안치' 명령 같은 걸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거, 웬만하면 집에 콕 박혀 있으라'는 명령. 이건 강제력도 내재된 ORDER이다.

에센셜 한 이유, 에센셜 한 직업군만 제외하고는 집 밖으로 돌아다니지 말라는 것.

요즘은 매일매일 대통령, 주지사, 시장의 브리핑을 티비에서 아침마다 볼 수 있는데 친절하게 실제적인 예를 들어가며 설명도 해준다.

오늘 주지사가 말한 예 - 딸네 집도, 아들네 집도 가지 마세요. 연로하신 엄마가 걱정된다고요? 그래도 웬만하면 직접 찾아가는 일은 하지 마세요-라고 예를 들어줬다.

(그래도 뭐 꼭 가야만 한다면 가는 거지. 어쩔 - 탱자나무 가시 담장을 넘는 기개)


근래 한 열흘 간 사태가 돌아가는 걸 낱낱이 지켜본 나로서는 참으로 놀라운 일들 투성이인데 그중에서도

놀라운 점 한 가지를 꼽자면 이런 중대한 결정을 발표함에 있어서 주저함이나 망설임 같은 걸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행정명령의 효력은 오늘 저녁 8시부터 시작되니까 다들 착오 없도록 하세요. 끝.


이런 식이다.

더 놀라운 점은 이걸 듣고 '우 어우 어우어 어~~' 하지 않고 다들 또 꿀럭꿀럭 잘 따라서 움직인다는 점이다.

이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온순하고 하라는 대로 잘하는 사람들이었던가 싶게 말이다.

오늘 저녁 8시부터 명령대로 하라고 하는 순간 내일부터 일하러 갈 곳이 없어지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데.




태형. 엉덩이에 곤장을 맞는 것. 이것은 그나마 벌 중에서 아랫단계에 있는 벌이고

그다음이 귀양을 가는 것. 유배를 당하는 것. 위리안치 같은 걸 당하는 것. 이것이 중한 죄를 지은 자가 받는 벌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는 극심한 죄를 지은자가 받는 벌은 사형.

사약 같은 걸 받는 건가 보다. (사약 먹기 전에 궁궐 쪽으로 절하는 것 너무 답답했음. 어렸을 때부터 답답)


이 상황이 몇 날 며칠이나 지속될지. 나는 어떻게 이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고민 좀 해봐야겠다. 여기서 더 발전된 '벌'은 받고 싶지 않다.


5일전 내가 직접 본 식료품 상점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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