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이 생기더라
이곳에 코로나 19 대 난리가 발생하기 직전, 바야흐로 한.... 3주 전,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책들 중에서 61권을 팔아 치웠다.
"팔아 치웠다'라는 표현은 적절한 표현이다.
나는 이 책들을 치우고 싶었는데 심지어 팔기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책을 팔아 치우는 과정은 그리 복잡하진 않았다.
나는 내 책을 팔기 전에 우선 내 책을 구매하겠다는 사이트에서 내 책들을 사줄 건지 말 건지
한 권 한 권 검색을 할 수 있었고 대략의 가격도 알 수 있었다.
동부에 사는 나는 서부에 위치한 그 회사로 USPS(미국 우체국)이나 UPS를 통해서 보내면 되었는데
보내는 쉬핑비도 내가 내지 않아도 되고 쉬핑 레이블을 프린트해서 내 소포 박스에 붙인 후
우체국이나 유피에스에 갖다 주면 끝이었다.
그리고 일주일쯤 기다리니까 팔아치운 책 값만큼의 수표가 집으로 왔다. $109.
나는 한...$120 정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받는 쪽에서 내 책의 상태를 면밀히 검사하고 내린 가격 결정이니 내 예상과 다른 수표의 숫자는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책을 팔아 치울까 말까 맨 처음 고민(?)할 적에 제일 처음 든 생각은
1. 본전 생각
내가 이것들을 여기서 구입하느라 들인 공과 시간과 돈
내가 이것들을 한국에서부터 가져오느라 들인 공과 시간과 돈
시간과 노력은 계산에서 빼고 단순히 구입한 가격만 계산을 해봤더니 $1300 정도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1300을 들여서 이것들을 구입했다가 되팔아 $109를 손에 쥐게 된 셈.
아이쿠야. 나는 무슨 짓을 한 걸까.
2. 책에 깃든 정, 사랑, 추억, 감성들
대부분은 내가 구입한 책들이었지만 61권 중 4-5 권 정도는 남이 나에게 준 책들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남이 나에게 준 책에 대해서는 그닥 깃든 정이나 추억은 별로 없다.
주니까 받았고 받았으니 읽었을 뿐. (취향이 아닌 책도 선물 받으면 한 번은 읽는다)
하지만 내가 내 돈 주고 산 책들은 나름대로의 사연들이 연도별로 주제별로 내재된 내 추억들인 거다.
2010년엔 주로 이런 책을 읽었군... 흠... 2014년에는 떡 만들기에 심취했었군.... 이런 것 말이다.
3. 활자중독 종이책 중독
그렇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종이에 인쇄된 글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나는 61권을 추려냈고 그것들을 팔아 치웠다. $109짜리 수표도 받았고 이미 내 계좌에 넣었다.
되돌릴 수 없다. 되돌리고 싶은 생각도 없다. 당신은 참 냉정하군요.
추려진 61권의 책들은 대략 이런 책들이었다.
이미 너무 많이 읽은 책(그다음 페이지에 무슨 말 나오는지 짐작 가능)
오래된 지식이 되어 버린 책. 그 오래된 지식이 지금은 그릇된 지식이 되어 버린 책.
작가가 싫어진 책
누가 준 책
번역이 엉뚱하게 된 책 (정반대의 의미로 여러 곳 번역)
$109 (3월 22일 환율로 계산해보니 13만 6789.55원)으로
뭐할 거야?
라고 책을 팔아치운 나에게 남편이 물었다.
음... 나도 계획이 다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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