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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Jun 16. 2019

Alaska 누비기

오로라 찾아 삼만리 Day 1 앵커리지



앵커리지 Anchorage


알래스카에 비행기로 도착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일단 앵커리지(Anchorage)에 내리는 것 같다.

특별히 목적지가 앵커리지보다 북쪽에 위치한 페어뱅스(Fairbanks)가 아니고서는 말이다.

우리도 역시 앵커리지 공항에 내려서 9박 10일 동안 사용할 '말리부' 승용차를 빌리는 것으로

우리의 여행을 시작했다. 10월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던 곳의 10월은 반팔과 반바지를 입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랬다. 10월, 11월에도 반바지를 입고 슈퍼마켓에 식료품을 사러 오는 남자들을 볼 수 있는 그런 지역에서 살고 있던 우리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 그래도 대략적인 날씨와 온도는 알아야겠기에 그냥 구글에서 알아본 것만 참고하여

옷을 싸 갖고 왔을 뿐이었다.

하지만 비행기 출구에서 승무원들의 '바이~' 인사를 뒤로 하고 공항 청사에 들어오자마자 뭔가 잘못되고 있음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옷/을/완/전/잘/못/가/져/왔/다

알래스카가 아무리 추워도 10월 초순인데 설마 벌써부터 거위털 파카에 롱 패딩 같은 걸 입겠어?
라고 생각하고 눈누난나 집을 떠나온  내가 바로 똥 멍청이 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름 신경 써서 챙겨 온다고 집에 있던 것들 중 가장 두껍고 따뜻한 그 동네(동남부) 한겨울철 옷으로 싸왔지만 공항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 중 우리 세 식구만 빼고는 모두들 '히말라야 원정대'같이 입고 중무장 중이었다. 10월이었다.

그랬다. 이미 비행기에서부터 예감했었다


청사 안에서 렌터카를 찾아 트렁크에 우리 짐을 싣고 정말 앵커리지 도로변에 나오자마자 또 알아차렸다.

차도 잘못 빌렸다는 것을.

알래스카는 모든 차에 스노우타이어가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다고는 했다. 하지만 밖에 나와보니 가을비인지 겨울비인지 모를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그 모양이 꼭 하늘에서 누가 먹던 슬러시를 뚝뚝 흩뿌리고 있는 듯한 모양이었다. 그런 투명한 슬러시가 하늘에서 내려 길을 야릇하게 미끄럽게 만들고 있었다.

나름 운전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적잖이 당황한 듯 보였다.


 공항을 빠져나와 곧바로 주유소로 갔다. 우리의 여행기간 내내 사용해야 하니 일단 충분히 기름을 넣어두는 것이 급선무일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세상에나!! 기름값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비쌌다. 아니 왜? 왜?

알래스카에서는 기름도 퐁퐁 솟아나는데 왜? 남편은 또 한 번 당황했다.

10년 전엔 저런 내비게이션을 썼구나



알래스카 여행 계획을 하는 분들께 드리는 조언

날씨를 정확하게 체크할 것. 체감 온도는 언제나 생각보다, 예상보다, 예보보다 더 추움

여타의 다른 주들보다 기름값이 엄청 비쌈

9월부터는 4x4 자동차를 렌트하는 것이 좋음


우리는 저 세 가지를 모두 간과한 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첫 날을 맞이했다. 떠나기 전날 비딩 해서 싸게 잡은 '레드 루프 인(Red roof Inn)' 이 우리의 첫날 숙소였다. 레드 루프 인은 미국 내에 퍼져있는 체인점 형식의 모텔인데 럭셔리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살면서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는 그런 모텔일지도 모른다.

허름하고 퀴퀴하다. 여기로 숙소를 잡은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비용절감' 차원에서였다.

아름답게 포장할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여하튼 우리는 체크인 시간을 조금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곧바로 호텔로 가지 않고

앵커리지 다운타운을 둘러보기로 했다. 슬러시 비가 내리고 있는 앵커리지 다운타운은 을씨년스러웠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도시에 가면 관광안내센터로 제일 먼저 가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비지터 센터는 찾기 쉬운 곳에 있고 거기에 가면 공짜 지도와 간결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엔 각자의 셀폰으로 찾으면 거의 다 나오는 내용들이지만 그래도 그런 곳에서 일하고 계시는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인사라도 나누고 하는 일이 내겐 여전히 정겨워서 나는 웬만하면 꼭 들르는 편이다.

앵커리지 비지터센터는 아담한 통나무집 모양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자긴 나라 돈을 벽에 막 붙여 놓은 것이 있는데 잘 찾아보니 우리나라 돈도 있었다. 동전도 있었던 것 같다. 지도가 별로 필요 없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알래스카 여행에는 지도가 꼭 필요하다. 갑자기 구글맵이 정신을 못 차리기도 하고 아예 전화 신호가 안 잡히는 곳도 많이 있으니 말이다.

관광객이 빠져나간 10월의 앵커리지 비지터센터는 한가했다. '대체 이런 시즌에 뭘 하려고 여기에 왔담?' 하는 눈초리로 우리를 관찰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비지터센터에서 나와 숙소로 향하던 우리는 길에서 눈에 확 뜨이는 간판을 보았다.

동양식품  한국 식재료를 파는 마트였다. 한글로 써져 있는 간판. 한문으로도 쓰여 있었다.

식품점 주변으로 한글 간판을 달고 있는 몇몇 가게들이 보였다. 한의원도 하나 있었던 것 같다.

별로 구입할 것은 없었지만 왠지 여기 멀고 먼 알래스카에 있는 한국 마트라니 한번 둘러보고 싶어 져서 차를 세우고 잠깐 둘러보았다.

가게는 작았다. 가격은 비쌌다. 하지만 비싼 가격은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한국에서도 제주도 물가는 육지보다 비싸니까. 알래스카는 섬 같은 곳이니까.

그리고 숙소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매트리스 귀퉁이를 들어 올려 혹시 '빈대'의 흔적이 있는지 조사하고 가지고 들어온 짐가방은 바닥에 놓지 않고 테이블 위나 의자 위에 올려놓았다. (뉴욕 맨해튼 고급 호텔에서도 재수가 없으려면 빈대를 옮아 올 수 있는

모험과 신비의 나라. 미국)


다음날 북쪽으로 5시간 달려 페어뱅스로 가려면 피곤한 날이 될 것 같은 예감에 햇반과 김 그리고 3분 컵라면으로 저녁밥을 먹고 일찍 잠에 들었다.


어쨌거나 오로라(Northern Light)를 보려면 북쪽으로 가야만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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