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밤 Apr 01. 2020

물이 안 나온다. 세상의 종말이 온 줄 알았다

아파트 정기점검이었다

비실비실 아침에 일어나 정신을 차리려 커피를 만들었는데 선반에서 컵을 찾으니 없다  

아직 설거지가 안된 채 싱크에 누워있는 컵 몇 개

에휴~ 컵을 닦으려고 물을 틀자 물이 조금 나오다가 퓌쉬쉬식 쉬시식 하면서 뚝! 끊어졌다

순간

내 심장은 철렁

아 드디어 그 날이 온 것인가!

뉴욕/뉴저지 멸망의 날  

물, 전기 그리고 가스만 제대로 공급된다면 이성을 잃지 않고 이 시기를 견뎌 볼 거야

다짐했던 나였지만 수도꼭지에서 물이 끊어지자 순간 패닉이 왔다




나는 남들이 미친 듯이 X휴지를 산더미만큼 사다가 집안에 쟁여 놓는다고들 해도

독야청청, 꿋꿋하게 ‘사재기는 미워요’ 방식으로 살아내려 노력했다  

왜냐하면 집에 아직 한 두 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여유분이 있고

내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공산품을 배달해주는 ‘아마존 프라임’을 철썩!! 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똥 멍청이 같은 발상이었다)

독야청청은 내게 휴지를 주지 않는다


아마존 프라임이 나를 배신하고

온오프라인의 각종 상점에서 물건이 동날지라도

물과 전기, 가스만 있다면 그까짓 X휴지가 없은들 대수냐 물로 닦으면 되지 그랬다  

물이 딱 끊어진 순간 드는 생각


1. 사람들이 저럴 땐 다 무슨 생각이 있었던 거다

2. 그런 사람들을 속으로 무시하고 혼자 잘난척했던 내가 멍청멍청

3.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거라던데  역시 나는 재난영화 초반에 사라지는 캐릭터인가

4. 부화뇌동하지 말자던 남편이 밉다

부랴부랴 남편에게 이 비극을 알리려 전화했다  


며칠 전부터 빌딩 입구에 오늘 단수될 거라고 공지 붙어 있었어  못 봤어?


응 여보 못 봤어

나는 독야청청 관둘거고

이젠 막 부화뇌동 할거야

나 말리지 마



photo by google&unsplash


작가의 이전글 좀비도 빨리빨리 신속하게- 킹덤(Kingdom)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