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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Apr 08. 2020

냉파 할 만큼 했다

굶어 죽을라 이제 마트 좀 가보자


나는 ‘냉파’가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후배가 보낸 메시지에 저 단어가 들어 있어서

검색을 해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먹을게 꾸역꾸역 담겨있는 냉장고 냉동고 김치냉장고 와인 보관고 등을 탈탈 털으면

몇 달간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 먹을 수 있다는

그런 신비하고 아름다운 단어  

냉파

군대 간 아들의 돌떡 꽝꽝 얼은 것도 냉동실 구석 어딘가에 쳐 박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중년 여자들의

농담이 내겐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shelter in place에 묶인 지금은.




불행 중 불행스럽게도 지난 주말 날씨가 정말 끝내주게 좋았고 사람들은 미친 듯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Tri States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사망자 숫자는 주말을 기점으로 껑충 뛰었고

세상은 또 암울해졌다

이번 주 다음 주 적어도 2주일 동안은

먹을 거 사러 마트에도 제발 제발 제발 가지 말라고 뉴욕 주지사, 뉴저지 주지사, 뉴욕 시장 등등이 시시 때때로 티브이에 나와 거의 읍소를 하다시피 하고 있다.

고지가 멀지 않았으니 다들 진정하라고 집에 좀 붙어 있으라고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세상은 암울해졌고

내 냉장고도 저 꼬라지로 암울하고


다진 마늘, 저민 마늘, 국물 멸치, 다진 홍고추, 마른 다시마로 탄생시킬 수 있는 요리가

내일 아침까지 머릿속에 떠오른다면

또 하루를 참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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