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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Jul 27. 2020

군대에서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를 부르면

맞을까?

그래서, 당신, 당신 고참들이 당신 때렸지? 당신 맞았지?

남편은 내 질문에 단호히 "아니!"라고 말했다.

남편은 한 대도 맞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그들은 남편이 그 길고 긴 노래를 완창 할 때까지 다 듣고 있었댄다. 중간에 끊지도 않고.

그 노래가 좀 긴가. 끝날만 하면 또 사랑은~ 이러면서 시작하고 끊어질 듯 이어지고 물고 늘어지는 노래.

심지어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하면서 결론까지 내주고 끝나는 노래.

그런 노래를 논산에서 훈련을 마치고 갓 자대에 배치받은 신병이 불렀는데 아무도 때리지 않았다고 하니

그동안 내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군대의 이미지가 비뚤어지고 일그러진 건가

아니면 내 남편을 하늘이 도우시고 보살피셔서 그 당시 그 내무반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천사의 마음+고매한 인성의 소유자 들이었던 건가.

여하튼 노래를 불렀던 당사자가 자기는 단 한 대도 맞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으니 믿을 수밖에.

답답하구만.


제 남편을 때리지 않았던 선임분들 고마워요




개그맨 세 명과 개그우먼 한 명이 맛있는 음식을 여기저기 먹으러 다니는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최근에 그 프로그램에서 나훈아의 '고향역'이라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었다.

개그맨 중 한 사람이 불렀는데 나는 그 노래를 내 평생 처음으로 열중해서 들어봤다.

그리고는 단번에 그 노래가 참 좋은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릴 때 나는 왜 그랬던 건지 티브이에서 나훈아 아저씨가 나오고 저 '고향역' 노래의 흥겨운 전주 부분을 지나

임팩트 넘치는 첫 소절, '콧! 쓰 모오 쓰으~' 여기까지 듣고 나면 대부분 채널을 다른 데로 돌렸거나 그랬다.

모르겠다. 그땐 그 첫 소절이 참 듣기가 싫었다. 그래서 노래를 끝까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전문 트로트 가수도 아닌 개그맨이 부르는 '고향역'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나서 '오~ 이 노래 좋아'라는 생각이 들다니.

가사도 좋고 코드 진행도 괜찮고 감정의 전개도 훌륭한 노래였다.

내친김에 나훈아 아저씨의 원조 '고향역' 영상도 찾아봤다.

할머니 할아버지 팬들이 ‘아미’ 저리가라로 열정적이시라던데



여보,군대에서는 이런 노래를 불렀어야지. 이 노래가 딱이네.
나는 군대를 안 가봤지만 벌써 감이 딱 오네. 답답하긴. 아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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