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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Aug 06. 2020

it is what it is

어쩌겠어


5,6년 전 나는 메인주 동쪽 끝 어느 시골 동네를 달리다가 이 차를 보았다.

어쩌겠수

낡은 픽업트럭 꽁무니에 적힌 글귀, 단어 하나하나 모르는 뜻 없는데도, 다 읽었는데도 당최 무슨 소린지

느낌이 오질 않았다.

뒷자리에 타고 있던 아들 녀석에게 물었다

“저게 무슨 뜻이냐?”

아이는 음.... 음... 그러니까 이 말은 말이에요.. 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그러면서 조금 우물거렸다.

"예문을 들어서 설명해줘 봐"

아... 그러니까 이것은.... 어쩔 수 없다는 거예요. 예를 들면... 아!!!

니 팔자야

   


당시 노라조의 '니 팔자야'라는 노래가 있었고 같이 몇 번 들어본 적 있어서 그랬던 걸까 아이의 입에서 '니 팔자야'라는 설명이 나오자마자 우리는 깔깔 웃었다. 차가 들썩 거릴 정도로 웃었다.

아이가 나름 열심히 설명했지만 내가 맞닥뜨린 상황에서 경험하지 못한 문장이라서 그런가

여전히 저 문장이 딱 와 닿지 않았다. 섣불리 써먹을 수 없는 표현,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뒤

60대 백인 남자 노인, 50대 백인 아저씨 두 명과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50대 아저씨가 'it is what it is'라고 말했다. 대화의 중간, 실전 상황에서 저 문장을 누군가 말하는 걸 처음 들었기 때문에 나는 바로 이때다 싶어서 그 두 사람에게 대놓고 물어봤다.

"정확히 딱 꼬집에서 it is what it is 가 어떤 때 쓰는 말인가요? 당신이 지금 방금 말한 것을 듣긴 했는데

자세히 설명 좀 해 줘 봐요"

두 미국 아저씨는 내 말을 듣자마자 신바람이 나서 서로 설명하겠다고 입씨름을 했다.

열을 내며 자기가 더 깔끔하게 설명을 잘한다고 서로 티격태격했다.

이것은 흡사

광화문에서 50대 아저씨와 60대 할아버지 두 사람이 과테말라에서 온 여자와 대화를 하다가

'아, 뭐 어쩌겠어. 그것도 다 지 팔자소관이지.'라고 말했는데 그 과테말라 여자가 ' 지 팔자소관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죠?'라고 물으니 내가 설명을 더 잘하네 니가 더 잘하네 하는 상황과도 같은 거였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 이 말은 나이 좀 먹은 사람들이 잘 쓰는 말이다

- 어떤 일이 벌어졌는데 그 일에 관해서 내가 노력해서 좋아질 부분은 없다는 뜻이다

- 살다 보면 저 말이 참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렇게나 많은 설명과 정보를 그 두 사람에게서 얻었다.

한결 이해가 잘되는 느낌이 들었다.

적어도 어떤 때에 어느 대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이라는 것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하지만 뉘앙스 nuance를 정확히 느낄 수는 없었다.

여전히 나는 써먹을 수 없을 말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에야 나는 알게 되었다. 정확한 뉘앙스를.

이 인터뷰를 보고 터득했다. 정확히 7분 30초에 나온다.


https://youtu.be/zaaTZkqsaxY

낸들 어쩌라고


공교롭게도 아들 녀석과 같이 저 인터뷰를 보았다.

몇 년 전 픽업트럭에 쓰인 문구를 내게 처음으로 설명해줬던 아이와 함께 시청하다가 7분 30초에서

이 나라 대통령이 "it is what it is"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동시에 "와우"라고 말했고 허허 웃었다. 그리고 조금 슬펐다가 조금 더 많이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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