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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음식 좀 그만 먹고 싶다

by 푸른밤

배가 고플 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

음식점에 가서 먹는다

음식을 사다가 집에서 먹는다

배달을 시킨다

다른 집에 가서 먹는다(일가친척/친구/친지/이웃 등등

3월부터 최근까지 음식점에 가서 먹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난주인가부터 인원을 제한하는 선에서만 식당 안에서 먹는 것이 허용되었다는데 나는 아마도 2020년에는 식당 안에서 밥을 먹는 일은 하지 않을 것 같다.


치킨을 전화로 주문하고 픽업을 하는 것은 가끔 한다. 뭐랄까 펄펄 끓는 기름에 바싹 튀긴 닭고기엔

바이러스도 묻어있지 않겠지........라는 미신스럽고 미련한 '믿음' 같은 거랄까.


배달은 안 시킨다. 배달비에 '팁'까지 주고 나면 내가 주문한 음식값에 육박한다.


다른 집에 못/안 간다. 나도 우리 집에 절대 그 아무도 부르지 않는다. 하물며 같이 뭘 먹는 일 같은 건 2020년 안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남은 방법이 오로지 하나. 바로 그것.

그냥 내가 만들어 먹는 것.

정말 지루하다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맛

이젠 머릿속에서 나올 아이디어도 동이 났고 뭐가 맛이 있는 건지 맛이 없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모호해졌다.

내가 만든 것 아닌 것을 먹고 싶다.

나는 이미 다 컸고 심지어 늙기까지 했지만

누가 나 좀 키워 주면 좋겠다.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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