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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달러로 주식을 해봤다

7개월 동안

by 푸른밤

$200

200 달러

원화로 환산하면 요즘 환율로 22만 원 정도.

이제껏 살면서 22만 원을 가지고 주식을 시작했다는 사람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다 큰 성인이 주식이란 거, 뭐랄까... 뭔가 거창하고 뭔가 좀 어른스럽고도 진짜 성인스러운 그런 일에

뜻을 세우고 뛰어드는데 아무리 못해도 50만 원, 100만 원 정도는 가지고 덤벼야지

조잡스럽게 200 달러가 뭐냐 200달러가. 에휴.

이토록 조잡스러운 일을 내가 해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7개월 전 $200으로 시작한 내 주식계좌엔 오늘 12월 1일 현재 $204.15 가 남아있다.

사실 저 금액에 $20을 보태야 정확한 금액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몇 달 전 $20을 빼서 내 일반 통장으로

이체를 시켰기 때문이다.

$20을 더한 금액. 곧, $224.15 가 정확한 금액이라고 본다.

오! 대단하다. 10%!

2백만 원으로 했다면 20만 원을 벌었고 2천만 원으로 했다면 지금쯤 나는 200만 원을 벌었을까?





주식을 하다가

집안 폭삭 망해먹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버지, 삼촌, 고모부, 사돈의 팔촌 이야기를

누구나 백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나도 주변에 직접 망한 사람은 몰라도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이야기는 참으로 많이 들어봤다.

어쩜 주식이란 다들 그리도 예외 없이 망하는 것인가.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주식은 너무너무 무서운 것이고 집안 망해먹기 딱 좋은 것이니 눈길도 주지 말고 관심도 가져서는 안 될 아주 요망한 것이라고. 그런 건 내가 손끝도 대지 말아야 할 분야라고.

그리고 나는 수십 년을 그렇게 살아왔다.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게 되면 대부분은 '주식'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401k 때문이다.

작년에 직장을 잡은 아들 녀석으로부터 듣고 배운 지식에 의하면

직장인들은 2주마다 받는 페이첵에서 401k라는 항목의 돈을 떼는데(금액은 스스로 정할 수 있음) 회사에서도 같은 금액의 돈을 401k 계좌에 매칭 해서 넣어준다고 한다.

퇴직 연금을 운용하는 방식으로 주식 상여나 이익을 분배하는 등의 일들이 벌어지나 보다. (자신감 없는 설명)


하여,

직장인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사공일 케이를 들여다보고 연구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사공일 케이를 들여다보려면 주식시장의 흐름에도 민감해야만 한다. 올해 초반 코로나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모든 직장인들은 자신들의 사공일 케이를 일부러 외면했다. 우울증에 걸리기 않기 위해서였다.




내 품 안의 아이가가 자라서 내가 알 수 없는, 잘 이해할 수 없는, 설명도 잘 알아듣기 어려운 그런 말들을 하고

그런 세계로 성큼성큼 걸어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저것이 언제 저렇게 자랐는가'

싶은 마음에 대견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나는 어쩌다가 설명도 알아듣지 못하는 멍청이가 되었을까 싶은 마음에 조금 침울해졌다.

아들 녀석과 남편은 저런 이야기(주식의 동향)들을 주고받으면서 이러쿵저러쿵 의견을 서로 나누는데

옆에서 눈만 껌뻑거리고 있는 내 모습이 싫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삶의 모든 방면에서 뒤처지고, 단어의 뜻도 모르고, 모르는 걸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살다 보면 결국엔 나만 동떨어진 딴 세상, 다른 별, 안드로메다에서 눈만 껌뻑이는 늙은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주식계좌를 열었다. 단어의 뜻이라도 알고 어떻게 사고 파는지라도 알고 체험해 보려고.


얘, 그게 무슨 말이냐? 나는 니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구나

내가 이런 말을 하는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주식을 처음 시작하기 위한 200달러는 남편이 100달러, 아들 녀석이 100달러를 Venmo로 보내 주었다.

이들은 나에게 판돈(?)을 쾌척했다.

내가 느낀 서글픔을 이 두 남자는 이해해 주었다.

내가 200 달러를 투자해서 배우고 얻고자 하는 목표 또한 깊이 이해해 주었다.





7개월간 200 달러로 미국에서 주식을 하면서

내가 얻고자 했던 목표는 대략 달성했다. 남편과 아이가 나누는 대화에 나도 몇 마디 얹을 수 있고 어떤 내용의 대화가 진행되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대통령이 뭐라고 했는지, 연준 의장이 뭐라고 했는지, 금값은 왜 오르고 떨어지는지 등의 관련 기사도

읽어 보려고 노력을 한다.

영어도 어렵고 기사도 길지만 헤드라인이라도 읽고 넘어가려는 습관을 기르려한다.


나는 내 200 달러를 주식으로 날리지 않았다.

200 달러가 224.15 달러가 되었으니 10% 수익이 난 것으로 치고 다음번에 아이가 집에 오면

'치킨'을 사줘야겠다. 헤헤.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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