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생활에 공들였던 시간, 열정 그리고 내 돈
내게 누군가 저렇게 말했다. 여자였다. 여자 남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한 글자도 다르지 않게, 똑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게 아깝잖아요
그 여자가 처한 상황은 이랬다.
1. 한국에 있는 한국 개신교 교회가 아니라 미국에 사는 한인들을 위한 개신교 교회에 다니고 있다는 것
2. 한 교회에 오랫동안 다녔다는 것. 온 가족, 친척 식구들이 같은 교회 안에 엮여 있다는 것
3. 그 교회는 초대형 교회였다는 것
4. 교회가 하는 일이나 목사의 설교나 교회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피로와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다는 것
5. 마음속 깊은 곳 양심의 속삭임과 '좋은 게 좋은 거지'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다는 것
내가 보기에 그녀는 분명 갈등하고 있었다.
설렁설렁 다녔든 죽기 살기로 열심히 다녔든 한 종교에 수십 년을 집중했다면 적어도 그 종교의 경전이 지향하고 있는 중심 사상이 무엇인지 쯤은 감을 잡을 수 있다고,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여자의 경우엔 개신교에 수십 년이었으니 '성경' 이 말하고 '성경' 이 지향하는 목표에서 점점 동떨어져서
다른 쪽으로 덩실덩실 흘러가는 그 교회의 상황에 깊은 괴리감이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교회와 연관된 모든 행사, 모든 장소, 모든 모임 등등에서 언제나 그녀를 볼 수 있었고
그런 모임, 행사 때문에 자신에게 부과되는 시간과 돈과 열정의 몫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었다.
(적어도 내가 옆에서 보기엔)
그런데 괴롭다고 했다. 점점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배 위에서 노를 저어 힘을 보태는 기분이라면서.
(본인의 상황을 잘 알고 계시네요- 라고 하마터면 말할 뻔 했지만 나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그 여자의 넋두리의 끝에 저 말이 나온 것이다.
지.금.까.지.투.자.한.게.아.깝.잖.아.요.
그때까지 나는 그저 일방적으로 아아.. 네...아..그러시구나.. 아..네.. 네네.. 아하... 아.... 이런 음절만
소리를 내다가 '투자' 운운하는 소리를 듣고 딱 한 마디 이렇게 말했다. 내 귀를 의심했기에.
네? 뭐라구요?
여자는 말했다.
이제껏 투자한 내 시간, 내 열정, 내 헌금, 내 가족들의 시간, 내 가족들의 열정 등등이 아깝다구요.
이걸 다 부정하고 부인하면 나만 바보되는 것 같고.
게다가 조금만 참고 견디면 곧 @@ 임직도 받을건데. 예서 말 순 없잖아요.
(주-@@이란 개신교 교회에서 신도들이 될 수 있는 제일 높은?? 타이틀을 의미한다. 아. 싫다)
여기까지 듣고 나는 그 여자와 더이상의 대화를 하고 싶지가 않아졌고 대충 상황을 얼버무리고
그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시는 그 여자와 만난적도, 대화한 적도 없다.
나는 그 날 이 여자와의 대화가 내 가치관에 영향을 미친 많은 요소 중 한가지였다고 확신한다.
나는 정말 큰 깨달음을 이 날 얻었다.
나는 이 여자를 바보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쁘고 잘못된 사람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이 여자의 속마음 부분을 100% 이해하는 편이다. 왜냐하면 이 여자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내 주변에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내 식구들 가운데도 있고 내 친구 친척들 안에
지금도 생생히 존재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떤 특정 부분에서는 내 안에도 존재하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잘 안다.
투자를 했다면 투자 대비 이익이 발생을 해야 만족을 할 텐데 ($200으로 주식을 해봤다 껄껄)
개신교에 귀의한 그녀는, 우리는 과연 어떤 이익을 바라고 갈망하면서 꾸역 꾸역
'인내' 하는 중이라며 살아가는 걸까.
PHOTO-DAVID.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