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nghyun Lim Aug 16. 2016

2016년 6월 14일

어느 때보다도 더웠던 여름, 한 생명이 멸종되었습니다.



그의 수상소감.


오스카 시상식에서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2016년 2월 25일.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제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죠. 디카프리오가 오스카와의 애증관계를 넘어섰다는 것만큼이나 그의 수상소감은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의 수상소감에서 가장 커다란 줄기를 이루었던 주제는 바로 '기후변화'였습니다. 아래는 그의 수상 소감 중 일부분입니다.  



And lastly I just want to say this:

Making The Revenant was about man's relationship to the natural world.

A world that we collectively felt in 2015 as the hottest year in recorded history.

Our production needed to move to the southern tip of this planet

just to be able to find snow.

Climate change is real,

it is happening right now.

It is the most urgent threat facing our entire species,

and we need to work collectively together and stop procrastinating.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자신이 레버넌트를 촬영하면서 눈을 찾기 위해서 겪은 경험들을 토대로 기후 변화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말과 함께 환경 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모든 생명이 마주한 가장 큰 위험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죠.







우리는 알고 있지만 잘 모르고 있다.


 우리는 최근 지구의 온도가 과거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것과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2013년에 내놓은 기후 예측 모델에 따르면, 이 추세가 이어 질시에는 해수면이 1미터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2015년 12월 13일,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 감소 등을 포함한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하였지요. 우리나라도 당사국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사실 머나먼 이야기로 느껴지실 수도 있습니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보내는 일상들은 큰 변화 없이 흘러가고 있는 듯하니까요. 혹자는 지구온난화가 사실 허구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만약에 기후 변화가 사실이라고 해도 큰 변화는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2016년 6월 14일에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생명의 멸종.


The Bramble Cay melomys


 브렘블 케이 멜로미스(The Bramble Cay melomys)라고 불리는 설치류가 있었습니다. 호주와 파푸아 뉴기니 사이에 있는 토레스 해협 인근의 산호초 섬에서 서식하고 있던 종이 었지요. 1845년에 처음 발견되어 1978년에는 수백 마리가 서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09년에 목격된 사례를 끝으로 더 이상 발견되지 않았고 호주 퀸즈랜드(Queensland) 주 정부와 호주 퀸즈랜드 대학 연구팀은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합니다. 이 포유류가 멸종했다고 말이죠.



Dr Luke Leung


 퀸즈랜드 대학의 Luke Leung 박사님은 900여 개의 소형 덫과 60개의 카메라를 설치하여 이 설치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실패하였고 브램블 케이 멜로미스는 멸종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이 동물의 서식지가 해수면보다 약 3m 정도밖에 높지 않다는 점 등을 통해 멸종 이유를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브렘블 케이 멜로미스는 기후변화로 인해서 멸종된 최초의 포유류가 됩니다.



무려 멸종 확인(Confirmation of the extinction).




 이 발견 이전에도 여러 생물들의 개체수는 줄어들고 있었고, 서식지도 덩달아 좁아지고 있었습니다. 2008년 5월 미국 내무부는 북극곰을 멸종 위기종으로 공식 발표하였고 2015년 9월 16일 WWF(World Wide Fund for Nature, 세계 자연보호기금)은 '살아있는 지구' 보고서를 통해 1970년부터 2010년까지 40년간 포유류와 어류, 해조, 파충류 등 바닷속 동물 1,234종 5,829개의 개체군을 조사한 결과, 절반가량 줄어들었다고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포유류 종 하나가 멸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미 2004년에 과학자들은 이러한 지구온난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2050년까지 최대 37%의 생물종들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었습니다. 멜로미스의 멸종 소식을 접하고 나서 곱씹어보니 더 실감되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멸종한 첫 포유류가 멜로미스였지만 결코 마지막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들과 우리가 사는 세상



 2015년에 개봉한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 중에는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주인공 맥스와 퓨리오사 일행이 임모탄 조의 군단보다 더 빨리 시타델에 입성하기 위해서 마지막 질주를 시작합니다.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고 여러 사람들이 희생되고 전투 트럭인 워 리그의 엔진이 터지기에 이르지요. 추격대를 완전히 따돌리기 위해서 눅스는 중대한 결정을 합니다. 바로 워 리그를 계곡의 통로에 들이박아서 길을 막아 추격대 잔당들의 진로를 막고 퓨리오사 일행들을 시타델로 무사히 보내겠다는 계획이었지요. 그러기 위해 눅스가 희생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을 바라보며 마지막 대사를 남깁니다.



Witness me
날 기억해 줘


Witness me



 이 소식을 접하고 나서 이 장면이 떠오른 이유는 왜일까요. 멜로 미스는 원해서 멸종된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정 우리가 다른 생명들과의 공존을 꿈꾼다면, 지구온난화라는 거대한 변화에 멸종된 한 생명의 희생을 잊는다면 과연 공존을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니, 말할 자격이나 있을까요?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진 2016년의 지구.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사라진 존재를 위해서, 동물들을 비롯해 같이 살아가야 할 모든 생명들을 위해서 잊지 않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바로 지금 말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길고양이의 도토리나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