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동물의 생존
월요일 저녁, 쓰레기봉투를 들고 집 밖으로 나왔다.
집 앞에 쓰레기봉투를 두려는데
먼저 나와있던 쓰레기봉투 뒤로 무언가 움직였다.
몸을 굽혀 자세히 보니 작은 고양이 한 마리였다.
그동안 봐오던 동네의 뚱뚱한 길고양이들과 달리 깡마른 몸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
이렇게 마른 길고양이는 처음 본 데다, 쓰레기봉투 뒤에 숨어 나를 주시하는 눈빛이 내 걸음을 멈추게 했다.
'뭘 해주지?'
내 마음을 모르는지 내가 머뭇거리는 틈에 도망가는 길고양이.
그리고 그 길고양이와는 다시 만날 수 없었다.
산에서 만난 귀여운 다람쥐에겐 일부러 음식을 주지 않았는데,
그날 난,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려고 했었다.
측은지심때문이었을 것이다.
야위었고 날 두려워했으며
자신의 '도토리나무'가 없는 고양이여서 그랬을 것이다.
그 고양이는 작은 다람쥐마다 갖고 있을 '도토리나무'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쓰레기봉투를 뒤졌으리라.
서울의 나무는 도시 동물들에게 어떤 것도 해줄 수 없다.
뿌리는 각종 배관으로 자라지 못하고
가지는 민원으로 짧게 다듬어진다.
열악한 환경으로 이미 생태계가 무너진 상태라 천적이 없는 해충은 농약으로 관리한다.
이런 나무들은 도시의 동물들에게 어떤 것도 주지 못하고
도시 동물들이 음식 찌꺼기로 연명하게 하며 병들게 한다.
도시의 동물들에겐 먹이가 필요하다.
그리고 동물답게 살 권리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서울이란 도시는 사막보다 척박한 곳이다.
가로수, 공원, 동네 뒷산이 시설물이 아닌 생태계란 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와 우리 자신이 그들의 생태계를 대신해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도시 동물들 각자에게 '도토리나무'가 한 그루씩 생길 때까지 계속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