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Mar 22. 2020
미포 점집 보살이
기도를 마치고 돌아왔다기에
어떤 옷을 입고 가야 할지도 몰라하는 젊은 여자
아침 바람에 정장 차림으로 집을 나서
가늠할 수 없는 거리에 택시비 기본요금도 아까워
해운대 시외버스 정류소에 내려 미포까지 걸어가는데
땀은 가슴골을 타고 흐르고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눈도 겨우 반쯤 뜨고 걷는데
백사장 빽빽이 헐벗은 채 누운 사람들
눈부셔서 몸인지 모래인지 구분도 못하겠고
도로에서도 비키니 차림으로 걷는 싱그러운 여자들 사이
정장 치마는 땀 때문에 자꾸 몸에 감기고
이미 맺힌 땀방울 눈물처럼 흐르고
그들의 파라다이스를 한참 지나
해수욕장 끄트머리 미포 점집 옆 허름한 건물 화장실에서
구두 속 함부로 들어온 모래를 털어내고
땀으로 지워진 화장을 고치려는데
해변의 그 여자들은 무엇으로 화장 했길래 땀에도 화장이 지워지지 않는지
얼마나 열심히 살았기에 여름 해변에 벗고 누울 수 있는지
얼마나 착하게 살았기에 둘셋 짝지어 경쾌하게 웃을 수 있는지
얼마나 더 열심히 더 착하게 살아야 하나
속옷은 이미 땀으로 젖었는데
면접 보는 것처럼 호흡을 가다듬고
표정을 바루려는데
거울 속 여자 얼굴이 자꾸만 일그러지고
눈시울은 붉어지고 괜찮다 괜찮다 깊은 숨을 몰아 쉬고
여기 서서 무얼 하고 있나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됐나
그래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건가
생각을 누르고 누르고
해변에 벗은 채 누워있어도 이상할 것 없는 스물여섯 여자가
어느 빌라 점집 초인종을 떨리는 손으로 눌렀는데
미포 점집 보살이
기도를 마치고 돌아왔다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