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by Om asatoma

남자가 말을 건다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무얼 하고 있었냐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식사는 했느냐 같은 의례적인 인사에


애들은 시골 외갓집에 있어요 왕복 두 시간 거리인데 매일 그쪽에서 출퇴근해요 먹을 거리들 장 봐서 들어가면 하루 종일 먹고 읽고 놀던 것들 치우고 농장 안팎으로 정리해드리고 저녁 먹고 나면 이내 깊은 밤이 되어버리지요 시골 농장이라는 곳이 원래 그렇잖아요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으니 청소되지 않은 구석들과 정리되지 않은 짐들 여기저기 찾아 버릴게 많지요 애들 재우고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빨래할 것들 폐기물들 버릴 것들 차에 실어와 아침 일찍 분리수거장에 버리고 집에서 빨래 돌리고 샤워하고 출근 준비하면서 퇴근 후에 농장으로 실어 나를 것들을 챙겨요 그런 거 있잖아요 애들 놀잇감 간식거리들 읽을 책들 출근했다가 점심시간에 잠시 외출해서 얼른 빨래를 개어 차에 실어둬요 쉴 틈 없이 업무 마무리하면 농장에서 필요하다 하는 것들 또 사다가 약국도 갔다가 떡집에 맡긴 떡도 찾아다가 차에 가득 싣고 시골로 가는 생활을 매일 반복하고 있는데 그러는 중에 이번 달에만 계획서를 네 개나 써내고 우체국에 가서 원고도 등기로 보냈다고

하마터면 말할 뻔했다


힘든 것 같다 지쳐간다 말하는 대신 빙긋 웃고

대로를 달리는데 눈물은 흐르고 나에게 무얼 하느냐 어떻게 지내냐 물은 이가 언제 있었나 기억을 더듬다가

말을 거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를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를


시골길 들어서는 빈 공터에 차를 세우고 마음을 추스른다

오늘은 창고에 쌓인 잡동사니들을 치우는 날

주말이 오기 전 출근하며 도시 나가는 날에 싣고 나가야 하니 주저할 시간이 없다며 시동을 다시 켠다 살림밑천 큰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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