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부부의 세계

by Om asatoma

퇴근해 장본 것들을 주방에 두니
얼마 안 있어 그가 왔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우리의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 청소를 하는 동안
나는 환기시키며 거실 바닥을 닦고
이것저것 정리를 하는데

바깥 생활 마치고 돌아온 나른한 오후이자
은밀한 밤으로 가는 시작점을 함께하고 있자니

마치, 부부라도 되는 듯했다

오늘 하루가 유난히 길었어요
얼른 씻고 싶네
저녁은 뭐해먹을까?
저녁 먹고 나면 산책 나가자
요즘 아카시아 향기가 좋아

사 개월에 한 번 만나는 홈케어닥터나
한 달에 두어번 만나는 혼인서약서의 남자나
비정기적이지만 그것보다는 자주 만나는 택배기사나
머리 만져주는 문정혁 닮은 남자나
매일 밤 문단속을 신경 써주는 경비 아저씨나

그 경계에는 무엇이 있을까

혼인서약서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겠군.
잠자리 점검은 홈케어닥터와 사 개월마다 한 번
정수기 점검은 코디와 삼 개월마다 한 번
머리카락 만지는 건 문정혁과 이 개월마다 한 번

젖가슴은 가정의학과 남자와 육개월에 한 번
운동하는 건 일 번 남자와 일주일에 한 번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건 이 번 남자와 이 주에 한 번
여행을 가는 건 삼 번 남자와 삼 개월에 한 번
심야 드라이브는 사 번 남자와 사 주에 한 번

어떤 남자와는 되고 어떤 남자와는 안 되는지
그 남자와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되는지
차라리 계약서에 있으면
죄스러움 없이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편안하게 즐거울 수 있지 않을까

같이 살지 않는 것
살 붙일 일이 없는 것
혼인서약서의 약관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상상하는 것


누구의 마음 아프게 하지 않으면서

내 마음도 아프지 않는 방법을 찾 싶은 것






매거진의 이전글자위自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