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by Om asatoma

상추 씻다 나온 달팽이 한 마리 상추 잎에 올려 거실 바닥에 놓아두었는데 기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너른 바닥 끄트머리

강한 볕에 희망은 사라진 지 오래 절망이 스멀스멀 올라온 지 한참이 되어서는 제 속엣것을 다 토해놓고 그렇게 잠들었더라 낯선 바닥을 기는 것이 고통스러웠을까 스스로 만들어낸 최후가 고통스러웠을까 힘든 세월 보란 듯이 내장을 드러내 놓았기에 미안한 마음 잠시. 그러나,


부러웠다

그렇게 훌렁 꺼내놓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끈질긴 숙명의 굴레를 벗어놓고

왜 헤어지는지도 모르고 이별을 맞이했을 그 착한 남자에 대한 미안함도

그래서 그러했노라 말없이도 설명될 것들 훌렁훌렁 토해놓고

나도 껍데기만 남고 싶어라


별것도 아니면서 끈질기기만 한

결코 떨어져 나가지 않는 묵은 냄새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환기시켜주는 그것들 모두 뱉어놓고

아무것도 없는 껍데기만 남고 싶어라


스스로 죽어버린 집 잃은 달팽이가 부러워 한참을 바라보았네

햇빛 강하게 내리쬐는 한낮 정지된 거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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